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한국영화, 엇갈리는 전망
2001-03-13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vs 한국영화, 흥행전선엔 낙관과 비관 교차

올해 한국영화가 지난 몇년간의 호황을 유지할 수 있을까? 최근 <번지점프를 하다>가 입소문을 타고 후반흥행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지만 배급사, 극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올해 한국영화가 고전하리라는 예상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일단 눈에 띄는 현상은 ‘대박’이 없다는 점.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와 <하루>가 서울관객 30만명 선에서 주춤하고 있다. 1999년 <쉬리>, 2000년 <반칙왕>이 설연휴 극장가를 휩쓸며 연초에 힘을 실어준 반면 올해는 비슷한 멜로물들이 엇비슷한 흥행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우려의 근거는 무엇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한 두려움이다. <글래디에이터>와 <미션임파서블2>말고는 파괴력이 약했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설연휴 개봉한 <버티칼 리미트>가 서울관객 100만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개봉 3주째인 <캐스트 어웨이>도 벌써 서울관객 56만명을 넘겼다. 최근 심의 문제로 개봉일정에 차질을 빚은 <한니발>도 극장가가 예의주시하는 영화지만 특히 여름시즌 영화들이 만만치 않다. 이른바 ‘빅4’라 불리는 <진주만> <툼레이더> <미이라2> <쥬라기공원3> 외에도 스티븐 스필버그의 , 레니 할린의 <드리븐>, 팀 버튼의 <혹성탈출>, 디즈니 애니메이션 <아틀란티스>,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슈렉> 등이 여름시장에서 자웅을 겨룰 중량감 있는 영화들이다. 6월2일 <진주만>, 6월16일 <미이라2>, 6월30일 <툼레이더>, 7월14일 , 7월21일 <쥬라기공원3> 등 일찍 개봉일을 잡아놓은 이들 영화는 “덤빌 테면 덤벼봐” 하는 자세다. 상반기 개봉예정작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한국영화 <무사>는 5월에 극장에 걸 계획이지만 여름시즌 외화들을 피하느라 아직 고심중이다. <무사>를 배급하는 CJ엔터테인먼트는 “경쟁작 없이 한달은 가야 하는데 일정상 <진주만> 등 외화와 맞부딪칠 가능성이 있어 고민”이라고 말한다. “올해는 외화가 강세다. <무사> 외에 대작이 없는 상반기도 힘들겠지만 한국영화가 몰려나오는 하반기도 낙관하기 힘들다”는 게 CJ쪽 예상이다.

그러나 시네마서비스 입장은 다르다.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많지 않아도 한국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은 지난해보다 늘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지난 2년간 흥행성적이 입증하듯 한국영화에 대한 고정관객층이 있고 2월까지 흥행결과도 나쁘지 않다는 것. 관객 100만명을 넘는 영화 한두편보다 30만명을 넘는 영화편수가 많아지는 게 중요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지만 자사영화에 대한 자신감도 근거가 된다. 극장 관계자들은 5월 개봉할 <무사> 외에 상반기 주요변수 가운데 하나로 3월 말 개봉할 코리아픽처스의 <친구>와 시네마서비스의 <선물>을 꼽는다. <교도소월드컵> <인디언썸머> <파이란> <소름> <와이키키 브라더스> <수취인불명> <아이 러브 유> <휴머니스트> 등 4, 5월에 개봉할 영화들이 많아 이 가운데 흥행작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들 영화의 흥행이 <무사>로 이어지고 6월부터 <킬러들의 수다> <신라의 달밤> <화산고> 등이 여름시즌 외화들과 정면승부한다는 것이 이상적인 시나리오인 셈이다. 튜브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과 도 8, 9월경 나올 대작이고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 배창호 감독의 <흑수선>, 장윤현 감독의 <테슬라>, 정윤수 감독의 <예스터데이> 등이 하반기를 받쳐줄 영화들.

물론 2달간 흥행결과만 놓고 섣부른 예상을 내놓긴 어렵다. 언제나 의외의 영화가 나온다는 걸 염두에 둔다면 비관론이든 낙관론이든 지금 제작중인 영화가 어떤 모양새로 나오느냐가 결정적이다. <공동경비구역 JSA>도 촬영전에 예고된 ‘대박’은 아니었다.

남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