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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人] <어느날> 김정범 음악감독
김현수 사진 백종헌 2017-04-27

사고로 다친 몸에서 혼이 빠져나온 탓에 벚꽃을 만질 수 없는 미소(천우희)의 손과 보험조사원 강수(김남길)의 손이 포개지는 순간, 이들의 심장 박동을 대변하는 듯 다정한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진다. 화면 가득 메운 벚꽃과 피아노의 조화에 새삼 귀 기울이게 된 것은 이윤기 감독의 <어느날> 덕분이다. 두 사람의 인생에 찾아온 비극을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이윤기 감독과 오랫동안 작업한 밴드 ‘푸딩’ 출신의 김정범 음악감독 작품이다. 그는 “<어느날>은 피아노로 작업해야겠다”고 결정한 뒤 다소 이색적인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연주 자체를 실제 피아노와 더불어 두대의 피아노를 동시에 쓰거나 현에 이물질을 부착해 음질과 가락을 바꾼 그랜드피아노를 뜻하는 ‘프리페어드 피아노’로 연주하는 등의 시도를 한 것.

“반드시 실제 녹음이 좋다, 고 여기는 사운드트랙의 시대는 지난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그는 다양한 피아노 소리를 섞으면서 “해당 장면에 어떤 소리가 가장 잘 맞는지를 고민했다”. 관객이 막상 영화를 볼 때는 이질적인 피아노 선율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뉴에이지풍의 음악 같은” 느낌이 들게 한 것도 실은 의도한 것이다. “첫 장면은 누가 들어도 이윤기 감독 스타일의 음악인 반면, 후반부 바닷가 장면만큼은 전형적이지 않은 음악을 써보고 싶었”던 그의 의도 아래 만들어진 곡이 <달빛바다>란 제목의 곡이다. 김정범 감독도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곡이다. 그는 또 <어느날>의 음악을 만들면서 “일반적으로 사운드트랙 작업을 할 때 접근하는 방식, 즉 특정 인물의 테마를 작곡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두 인물의 시선을 뒤섞어서 작업해보려고 했다”. 어느 날 문득 “두 사람의 시선이 함께 보이기 시작하는 경험”을 하면서 음악 색깔도 이들의 관계를 지켜보는 제3자의 시선을 담아내려고 했다.

서강대학교 재학 당시 영화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최동훈, 이권, 이윤정 감독 등과 어울렸던 그가 직접 단편영화를 연출한 경험은 알게 모르게 영화음악을 작곡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이터널 선샤인>(2004)처럼 특정 테마가 떠오르지는 않지만 사운드의 텍스처 자체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개념 위주의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에서처럼 신시사이저나 얼터너티브 계열의 영화음악을 작업해보고 싶기도 하다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향하는 김정범 음악감독의 도전정신은 푸딩, 그리고 푸디토리움을 지지하고 좋아하는 팬들에게도 신선한 선물이 될 것 같다.

부산국제영화제 카탈로그

“한창 <어느날> 음악을 작업할 당시가 마침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었다. 집과 작업실이 영화의전당 바로 옆에 있었던 터라 영화제가 작업에 방해가 되기도, 도움이 되기도 했다. 작곡하다가 야외 상영장에서 고질라 울음 소리가 나면 뛰쳐나가 영화를 보고 들어오곤 했다. (웃음) 또 작업이 풀리지 않으면 바로 나가서 카탈로그를 들고 다니면서 영화를 봤다. 야외상영작은 다 본 것 같다. 이번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한 작업물이다.”

영화 2014 <허삼관> 2013 <롤러코스터> 2012 <577 프로젝트> 2008 <멋진 하루> 2006 <아주 특별한 손님> <아랑> 2005 <러브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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