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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2001-03-20

이미 알고 있겠지만 <무사>에는 정우성이 출연하지 않는다. 대신 국내에도 개봉된 칸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나라야마 부시코>의 오카다 겐과 서구에서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액션배우 소니 치바가 나온다. <춤추는 대수사선>과 <화이트아웃>으로 일본 최고의 흥행배우가 된 오다 유지도 조역으로 출연했다. 감독은 <철도원>으로 한국에서도 흥행성공을 거둔 후루하타 야스오다. <무사>는 한국영화가 아니라 89년에 만들어진 일본의 사무라이 액션영화다.

<무사>를 최첨단의 특수효과가 잔뜩 들어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교하는 건 미련한 짓이다. 줄 하나에 의지하고 절벽을 건너가는 장면에서 매트 페인팅인 것이 그대로 보일 정도로, <무사>는 구식영화다.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에서는 난데없이, 80년대풍 록음악의 주제가가 연주된다. 액션은 때로 휘황하지만 너무 수공업적이다. 21세기에 만나는 <무사>는 너무나 투박하고 또 촌스럽다. 하지만 그게 또 즐거움이기도 하다. <무사>는 모든 걸 직접 해결한다. 배우들은 몸소 칼을 부딪치며 땅바닥을 구르고, 한껏 고함을 쳐대며 마구 뛰어다닌다. 고전적인 스턴트와 화면합성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무사>의 진짜 강점은 오카다 겐이나 오다 유지가 아니라 소니 치바다. <스트리트 파이터> 등 잔인한 액션으로 쿠엔틴 타란티노 등에게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던 소니 치바의 흔적을 스크린에서 만나는 것도 흥미롭다.

이제는 초라해진 <무사>를 보고 있으면 전성기였던 80년대의 홍콩영화를 다시 보는 듯한 향수가 일어난다. 어쨌거나 당시로서 <무사>는 일급의 캐스팅과 제작비를 투자한 ‘대작’이었고, 낡고 과장되기는 했지만 일본 액션영화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김봉석 기자 lotu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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