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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AsianAugust 아시아계 배우들의 활약은 계속된다
주성철 2018-08-31

올해 8월 북미 박스오피스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Crazy Rich Asians)의 흥행 돌풍과 더불어, ‘AsianAugust’라 불릴 정도로 아시아계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지난 8월 15일 개봉해 첫주 흥행 수입으로 35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당당하게 1위로 개봉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는 싱가포르계 미국인 케빈 콴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뉴요커 레이첼(콘스탄스 우)이 싱가포르에 있는 슈퍼 리치 남자친구 닉(헨리 골딩)의 가족과 만나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할리우드의 ‘화이트워싱’ 등 다양한 이슈에 목소리를 내왔던 배우 콘스탄스 우를 비롯해 헨리 골딩 외에도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대배우 양자경켄 정, 그리고 <오션스8>의 아콰피나 등 주요 배역들을 모두 아시아계 배우들이 채운 영화다. 메가폰을 잡은 이 또한 <스텝업4: 레볼루션>(2012), <지.아이.조2>(2013), <나우 유 씨 미2>(2016) 등을 연출한 중국계 미국인 존 추 감독이다. 최근 가수 에릭남이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한 극장의 상영 표를 모두 구입해 화제를 모았던 영화다. 시장의 거의 모든 영화들이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 아래 헤쳐 모이는 최근 극장가의 풍경을 떠올려보자면, 이는 중간 규모 영화들이 상업적으로 부활하고 있다는 의미 있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이번호 특집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흥행을 통해 돌아보는 아시아계 할리우드 배우들의 활약상이다. 어떻게 보면 과거 흑인 영화, 흑인 배우들의 사례를 그대로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난 2002년 팀 스토리의 <우리 동네 이발소에 무슨 일이>(Barbershop, 2002)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처럼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2주 연속 그 자리를 지켰던 일이 직접적으로 떠오른다. 시카고를 배경으로 아버지로부터 허름한 이발소를 유산으로 물려받은 아들 캘빈(아이스 큐브)과 그 가족, 그리고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박하게 그린 영화로, 이 또한 제작을 겸한 아이스 큐브를 필두로 세드릭 디 엔터테이너, 이브, 숀 패트릭 토머스 등 주요 출연진 모두가 흑인 배우들로 채워졌었다. 이후 3편까지 만들어지며 레지나 홀과 커먼 등도 가세했다. 팀 스토리는 이후 박스오피스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둔 흑인 영화 중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와 가장 닮아 있다고 볼 수 있는, 역시나 흑인 배우들로만 채워진 로맨틱 코미디 <내 남자 사용법>(Think Like a Man, 2012) 시리즈까지 만들었다. 이 시리즈는 타라지 P. 헨슨이 이후 <히든피겨스>(2016)에 출연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쓰고 보니, 할리우드 내에서 뭔가 큰 흐름이 자연발생적으로 돌고 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처럼 주요 배역진이 아시아계 배우들로 구성된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관객과 만난 일은 웨인 왕의 <조이럭 클럽>(1993) 이후 무려 25년 만이다. 그래서 특집 원고에 참여한 LA의 안현진 통신원은 “우리가 제2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를 보기 위해 또다시 25년을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썼다. 그리고 존 추처럼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감독의 비율은 여전히 미미하다. 여성들의 자리 또한 마찬가지다. 캐스린 비글로가 <허트 로커>(2008)로 감독상을 수상한 것도 무려 90년 역사를 지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성 감독 최초의 감독상 수상이었고, 레이첼 모리슨이 <머드바운드>(2017)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후보에 오른 것도(수상도 아니고 후보!) 90년 역사에서 여성 촬영감독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번 흥행을 통해 백인과 남성으로 가득한 할리우드의 좁은 문이 활짝 열리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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