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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방구석1열> 유쾌하게 묵직하게

우연히 보기 시작했는데 끝까지 채널을 돌릴 수 없게 된 프로그램이 있다. 본 적도 없는 영화 얘기를 하는데 모여 앉은 사람들이 너무 신나게 떠들어서 그 영화를 보고 싶어졌다. 내가 본 영화 얘기는 훨씬 더 재밌어서 괜히 끼어들고 싶어졌다. JTBC <#방구석1열> 얘기다.

<#방구석1열>이 지닌 미덕의 8할은 변영주 감독에게서 나온다. 영화를 향한 애정과 풍부한 지식, 날카로운 통찰력, 그리고 무엇보다 독보적인 그의 유머 감각은 한국영화계 무형문화재로 지정해야 마땅하다고 나는 종종 생각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만행을 짚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해서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예의를 갖추도록 촉구하는 발언의 흐름은 그가 보여준 삶의 방식과 그대로 이어진다. 초대된 배우와 감독들이 자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고민과 노력, 멋진 결과에 대해서까지 즐겁게 말할 수 있는 이유 역시 변영주 감독이 깔아주는 건강한 자부심의 매트 덕분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서로의 말을 경청하는 분위기 속에 이경미 감독이 <비밀은 없다>(2015)의 마지막 대사가 갖는 의미를 설명할 때, 문소리 감독이 <여배우는 오늘도>(2017)에서 가졌던 고민을 고백할 때, 배우 엄지원이 <미씽: 사라진 여자>(2015)에서 품었던 결의를 열정적으로 토로할 때마다 새삼 확인하곤 한다. 진지한 이야기가 지루한 것은 결코 아니다. 너무 많은 말들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어딘가에는 좀더 들을 만한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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