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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아는 와이프> 개성마저 덮어버리는 개념녀에 대한 환상

고생하는 아내를 두고 새 인연을 꿈꾸던 남편이 뒤늦게 후회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일정 양식이 반복되고 교훈과 결말, 극을 통해 얻는 쾌락도 정해진 보수적인 이 드라마들은 주로 여성 시청자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다. 시간여행이나 신비한 힘의 개입으로 운명을 되돌리는 설정이 드라마 시청자에게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는 최근 몇년 동안은 여러 쌍의 부부들이 과거로 돌아가 잠시나마 다른 삶을 살기도 했다.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도 그 흐름에 있다. 드라마 속 시간여행의 주체는 대개 남자다. 후회할 만한 일을 저질러왔고, 과거로 돌아가 이를 바로잡으려는 동기를 가진 남자주인공의 시점과 감정선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의 시선에 의해 순수하고 아름답던 모습으로 대상화된 아내가 재발견되는 것이 앞선 드라마들이었다면, 이에 저항하듯 ‘뜬금없는 농담을 즐기는 털털하고 쾌활한 괴짜’라는 개성을 일관되게 놓지 않는 이가 <아는 와이프> 속 아내 서우진(한지민)이다.

하지만 우진의 개성은 드라마가 주변 다른 여성들의 묘사에 실패하면서 의미를 잃는다. 결혼에 조바심치며 히스테리를 부리는 상사. 남자 직원에게 공짜 커피를 졸라대는 동료. 백화점 쇼핑에 온통 관심이 쏠린 철부지 직원. 이들은 회사 휴게실이나 익명 게시판에 우진을 향해 ‘끼 부린다’, ‘흘리는 경향이 있다’ 등의 험담을 퍼뜨리는 인물로 그려진다. 여성 혐오. 그것도 대단히 낡고 전형적인 여성 혐오가 작동하는 세계에서 우진의 개성은 ‘개념녀’ 프레임을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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