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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 유해진·윤경호 - 쉼표 같은 영화
김현수 2018-10-23

유해진

30년지기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부부 동반 모임이다. 거기서 누군가 게임을 제안한다. 지금 이 순간부터 모두의 핸드폰을 공유할 것. 이들은 정말 서로에게 어떤 비밀도 숨기지 않는 끈끈한 사이였을까. 친구 및 부부 사이의 신뢰가 깨지기 직전의 상황에서 유해진이 연기하는 변호사 태수와 윤경호가 연기하는 전직 교사 영배는 영화를 보기 전에는 언급할 수 없는 이유로 다른 이들보다 좀더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는 인물들이다. 비밀이 드러날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중년 부부의 진실게임 현장에서 두 사람이 만들어나간 연기는 유해진의 표현에 따르면 “마치 탁구를 치듯 주거니 받거니 한” 호흡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과연 이들은 자신의 비밀을 완벽하게 숨길 수 있을까.

=유해진_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덩치 큰 영화들과는 달랐다. 사람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블랙코미디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우디 앨런 영화 같기도 하고. 내가 맡은 태수는 변호사인데 ‘내가 변호사라는 역할에 괜찮을까?’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지만… 아니다. 나 스스로 검열을 했네? (웃음)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 컸다. 물론 변호사라는 역할이 처음은 아니다. <소수의견>(2013)에서 이혼 전문 변호사를 연기한 적 있다.

=윤경호_ 다른 선배들은 이 영화를 선택했다면, 나는 거꾸로 선택받은 경우다. (웃음) 내게 시나리오가 왔을 때는 어느 정도 캐스팅이 진행된 단계였는데, 그들의 이름만 들어도 잠이 안 올 정도였다. 이 영화를 꼭 하고 싶다가도 모든 걸 하늘에 맡기자며 내려놓았는데, 확정 소식을 들었다. 부담감보다는 선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기대가 더 컸던 것 같다.

유해진_ 시나리오에서부터 이미 꽉 짜여진 이야기라 연기하기 전부터 사이사이에 뭘 집어넣어야 상대배우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까 많이 고민했다. 다른 영화에서보다 애드리브를 준비하기가 조심스러웠다.

윤경호_ 촬영 들어가기 3일 전부터 리허설을 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 배경과 비슷한 장소를 섭외해서 마치 연극 연습하듯 동선대로 걸어도 봤다. 현장에 가서도 미리 세팅 전에 기본적인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촬영할 때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유해진 선배랑 대화가 붙으면 실시간으로 반응만 해도 너무 잘 흘러가더라. 굉장한 경험이었다.

유해진_ 수현 역의 염정아씨와 부부로 나오는데 오랫동안 실제로 살았던 느낌을 전해주더라. 극중에서 수현은 내게 핀잔을 듣는 상황이 많은데 혼날 때마다 다양한 감정으로 받아주니까 오히려 태수라는 역할의 색깔이 더 두드러지더라.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꼰대 같은 남자가 정아씨 덕에 살아났다.

윤경호

윤경호_ 영배는 나와 다르지 않은 인물 같다.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오래된 친구들이면 이해할 수 있는 정도다. 극중에서 영배와 태수가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엮이게 되는데, 그런 장면을 찍어야 할 때마다 선배에게 많이 의지하며 찍었다. 현장에서 선배의 대본을 보면 정말 깨알같이 뭔가 적혀 있는 거다. 매번 아이디어를 준비해오는 모습을 보며 감탄하곤 했다.

유해진_ 더 자세히 안 봤지? 그거 정말 깨알이다. (웃음) 내가 깨를 붙여놨어.

윤경호_ 정말 존경합니다.

유해진_ 이번 현장에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건 마치 연극과도 같은 대화의 장을 어떻게 지루하지 않게 표현할 건가 하는 거였다. 다행히 촬영감독님이 우리의 연기를 많이 가려주고 돋보이게 해주는 다양한 카메라워크를 고민해서 감정선을 잘 이끌어갔던 것 같다.

윤경호_ 현장에서 카메라를 기본적으로 2대 돌렸는데, 조명이 많고 집 안에 유리가 많아 반사각 때문에 카메라를 더 늘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똑같은 리액션 연기를 계속 반복해야 할 때가 많았다. 같은 연기를 대여섯번은 해야 했는데 풀숏 잡을 때 어떤 음식이든 뭘 먹기 시작하면 엔지까지 포함해서 기본 10번 이상을 먹어야 하니 금방 배가 찬다. 먹기 편한 음식이면 괜찮은데 닭강정 같은 걸 먹기 시작하면 정말 힘들더라. (웃음)

유해진_ 말 그대로 이번 영화는 쉼표 같은 느낌도 들고, 먹어본 적 없는 신선한 음식을 접한 기분이다.

윤경호_ 이번 현장은 정말 배움의 장이었다. 어디 가서 이런 수업을 받아보겠나. 공교롭게도 유해진 선배의 다음 영화 <말모이>에도 잠깐 출연한다. 사실 도와주러 간 현장이지만 너무 편하게 연기했다.

유해진_ 엄유나 감독도 잠깐 출연시키는 게 미안할 정도라고 이야기하더라. 말이 먹는 사료 이야기는 아니고, 다른 말을 모으는 조선어학회 소재의 영화다. 얼마 전에 끝냈고, 지금은 원신연 감독의 <전투>를 촬영 중이다. 독립군 역할이다. 아, 그래서 또 다음 영화가?

윤경호_ <배심원들>이라고 문소리, 박형식, 권해효 배우 등과 출연한다. 어리숙한 사람들이 정의를 위해 무언가를 해냈을 때 전해지는 메시지를 담았다. 드라마 <트랩>과 <왕이 된 남자>에서도 만날 수 있으니 앞으로 활동을 많이 기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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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