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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 이서진·조진웅 - 함께 한다는 것
김현수 2018-10-23

이서진

30년지기 친구들이 모이는 곳은 성공한 성형외과 의사 석호(조진웅)의 집이다. 그만큼 석호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존재. 그의 둘도 없는 친구 준모(이서진)는 이제 막 나이 어린 아내와 결혼해 신혼생활을 즐기는 중. 둘 다 남부러울 것 없이 태평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듯하지만 정말 그럴까. 으리으리하고 고급스러운 소재로 뒤덮인 집에서 친구들의 숨겨왔던 민낯이 공개되면 두 사람은 또 어떻게 달라질까. 핸드폰이라는 일상적인 도구가 그만큼 우리 일상을 무너뜨리기 손쉬운 무기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완벽한 타인>의 준모와 석호를 만들어내기 위해 배우 이서진과 조진웅이 현장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들어봤다.

=조진웅_ <완벽한 타인>은 한마디로 ‘완벽한 웰메이드’다. 시나리오를 읽고는 소위 말해 꾼들이 만들어야 할 영화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코미디가 될 것 같았다.

=이서진_ 이재규 감독을 너무 잘 아는 내 입장에선 이 사람이 내게 흔한 시나리오를 건네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어떤 역할인지 물어보지도 않았으니까. 그가 이전에 만든 작품과 결은 조금 다르다 할지라도 누구보다 인간관계를 잘 뽑아내는 사람이라는 신뢰가 있다.

조진웅_ 나 역시 극중 누구를 연기해도 재미있겠더라. 결코 남의 떡이 커 보이지 않았다. 앙상블이 중요한 영화였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서진 형이 맡은 준모를 내가 소개하자면(웃음), 준모는 서진 형 그 자체다. 굉장히 신사적인 멋을 지닌 사람이다. 매력이 넘친다. 누구에게? 여자에게. <완벽한 타인>은 서진 형의 진가를 볼 수 있는 영화다.

이서진_ 그렇게 소개하면 어떡해? (웃음) 블라인드 모니터 시사회 이후에 캐릭터 비호감도 조사를 했는데 준모가 제일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바꿔서 조진웅이 연기한 석호를 소개하자면,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듬직하고 포용력 강한 인물이다. 외모도 그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조진웅_ 옆에서 준모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는 실생활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연기로도 저렇게까지는 할 수 없겠더라.

이서진_ 내가 준모를 연기할 때 애교부리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연기를 누구와 하는지도 중요한데 상대배우인 송하윤이 어색해지지 않게 잘 받아줬다.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스크린에서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대본상으로는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부분에서도 다들 쉴 틈 없이 연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영화에 어떻게 담겼을지 궁금하다.

조진웅

조진웅_ 참고로 나는 연극을 제외하고 이번 영화가 그동안 해온 작업 중에서 스테이지 비즈니스가 가장 많았다. 즉, 연기하는 내내 카메라 앞과 뒤에서 분주했다. 집들이하는 집주인 설정이니 음식 준비하랴, 타이밍 맞춰 대사 외치랴 정신이 없었다.

이서진_ <완벽한 타인>은 대본이 워낙 빈틈없이 짜여 있지만 모두가 한데 모여 앉아 있는 상황에서 누구 하나 연기를 시작하면 애드리브를 안 할 수가 없는 분위기였다. 음식도 계속 나오니까 움직여야 하고, 앞사람과 대사가 물리면 안 되니까 타이밍 신경 쓰는 정도의 고민은 있었지만 그것조차 며칠 지나니까 너무 잘 맞았다.

조진웅_ 집주인 석호의 아내 예진을 연기한 김지수 배우는 옆에서 볼 때도 정말 소녀 같으면서도 생활력이 강인한 모습도 보여줘 놀라웠다. 한정된 공간이다보니 오랫동안 붙어 있게 되지만 다행히 영화를 순서대로 찍을 수 있어서 상대에 대한 감정을 잘 증폭시킬 수 있었다. 엔딩 장면을 찍을 때쯤에는 다들 각자 집으로 떠나보내고 예진과 석호만 덜렁 남게 되는데 둘이서 저절로 외롭다고 외쳤다. 그만큼 자연스러운 감정을 연기할 수 있었다.

이서진_ 송하윤과 나는 나이 차이가 많다 보니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도 먼저 다가와주고 “선배님이 알아서 이끌어주세요”라고 편안하게 대해줘 그나마 신혼부부 역할이 자연스러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조진웅_ 연극을 준비해도 아침 8시부터 하루 15시간 이상을 함께하면서 연습을 하지는 않으니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한 작업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6개월 정도의 현장을 한달로 압축해놓은 기분이었으니까. 영화 보고 집에 돌아갈 때 계속 생각날 영화다. 내년 구정 즈음에 <광대들>(가제)로 다시 돌아올 텐데 조선시대 광대패에 관한 영화다. 물론 광대를 연기한다.

이서진_ 다음에는 OCN 드라마 <트랩>으로 찾아올 것 같고, 영화 현장은 오랜만이었다. 한편으로 <완벽한 타인>은 우리 나이 정도나 됐을 때 더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하다. 20대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나는 결혼은 안 했지만 부부라면 이렇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결국 이 게임은 우리가 안 하는 게 정답일까.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을 위한 영화로 봐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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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