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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더스의 동행들
2001-03-21

벤더스의 동행들

■로비 뮐러

짐 자무시, 빔 벤더스, 라스 폰 트리에 감독과 팀을 이루어온 명촬영감독. 별다른 액세서리가 붙지 않은 기본 장비를 선호하면서도 영화마다

전혀 다른 그림을 뽑아내는 재능으로 유명하다. <고스트 독> <데드 맨> <브레이킹 더 웨이브> <댄서 인 더 다크> <탱고 레슨> 등이

그의 작품이다. 예산 부족으로 공항 가는 택시와 베를린행 비행기 안에서도 내내 촬영을 했던 첫 장편영화 <도시의 여름>부터 벤더스의 카메라를

잡고 전신주, 철로, 거리를 찍어온 로비 뮐러는 <페널티킥을 맞이하는 골키퍼의 불안> <도시의 앨리스> <길의 왕> <미국인 친구> <파리,

텍사스> <구름 저편에> 등 독창적인 시각적 스타일의 영화들을 통해 파트너십을, 벤더스와 그의 이름을 불가분의 짝으로 묶었다. “아마 내가

그의 꿈을 (이미지로) 잘 번역하고 트래블링 숏을 잘 찍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 있는 것 같다”는 것이 뮐러의 견해다.

■라이 쿠더

<파리, 텍사스>의 슬라이딩 기타 소리로 널리 알려진 빔 벤더스의 음악 동반자. 본명 릴랜드 피터 쿠더인 그는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에서

1947년 태어났다. 네살 때 사고로 한쪽 눈을 실명한 이후 폐쇄적인 생활을 하면서 기타를 시작했고, 블루스 향기를 풍기면서도 가스펠,

하와이, 인도 음악 등 다채로운 양분을 흡수한 음악으로 성공적인 음악생활을 영위해 오고 있다. 1980년 <롱 라이더스>로 영화음악 작업에

입문했으며 월터 힐의 <제로니모>와 <라스트 맨 스탠딩> <스트리트 오브 화이어>의 음악을 만들었고 <데드 맨 워킹>에서는 팀 로빈스의

요청으로 펄 잼의 에디 베더, 조니 캐시 등과 함께 사운드트랙을 지휘했다. 벤더스가 LA에서 찍은 <폭력의 끝>에서도 음악을 담당했던 쿠더는,

세계 각지의 음악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쿠바 뮤지션들을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소재로 제안했다. 영화 속에도 등장하는 라이

쿠더의 아들 요아킴은 퍼커션 주자로 활동중이다.

■브루노 간츠

검은 롱코트를 입은 베를린의 천사. 유한한, 그래서 아름다운 인간의 삶을 갈망하는 천사로 기억되는 브루노 간츠는 베르너 헤어초크, 폴커

슐뢴도르프 등 뉴 저먼 시네마 영화들을 통해 국제적으로 알려진 배우다. 1941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난 간츠는 베를린 연극 무대에서

경력을 쌓았고 60년대 초부터 영화활동을 시작했다.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영화는 에릭 로메르의 시대극 . 고뇌가

새겨진 이목구비를 지닌 그는 주로 고뇌로 스스로를 괴멸시켜가는 역할을 자주 맡았고 빔 벤더스의 <멀고도 가까운> <미국인 친구> 등에 출연했다.

제스처 하나하나를 꼼꼼히 준비하는 스타일로 <미국인 친구>에서는 즉흥적인 데니스 호퍼와 마찰을 빚기도 했으나 곧 친교를 맺었다고 전해진다.

■페터 한트케

<페널티킥을 맞이하는 골키퍼의 불안>과 <잘못된 움직임>의 원작자이자 <베를린 천사의 시>를 빔 벤더스와 함께 쓴 페터 한트케는 47그룹(전후

독일문단을 재건한 작가 집단) 이후 세대를 대표하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가다. <관객모독>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그의 희곡. 당초 희곡을

통해 등단한 한트케는 문학의 세포라 할 수 있는 언어를 해부하고 자기만의 단어를 만들어 쓰는 등 독일어의 가능성을 개척했으며, 사뮈엘 베케트

이후 가장 중요한 포스트 모던 작가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의 소설인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에 나타난 미국 편력기나 <왼손잡이 여인>이

보여준 현대 도시인의 의식 저변에 대한 탐색은 그와 벤더스를 연결하는 고리를 짐작게 한다. 1977년에는 브루노 간츠, 로비 뮐러와 함께

직접 <왼손잡이 여인>을 영화화하기도 했다.

정리 김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