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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FLY 2018 4일간의 동행기
장영엽 2018-12-20

"잠재력 가득한 얼굴들을 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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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11월 30일,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FLY 2018이 열리는 싱가포르 픽셀스튜디오로 향했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감독인 에릭 쿠의 마스터클래스가 열리고 있었다. 강의는 FLY 교육생들이 에릭 쿠 감독의 영화 <면로>(1996), <내 곁에 있어줘>(2005), <통증>(1994)을 감상한 뒤 감독의 제작기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에릭 쿠 감독은 디지털카메라가 없었기에 현장에서의 실수가 용납되지 않았던 1990년대의 단편영화 제작 경험을 떠올리며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지만 자원이 부족할 때, 창작자는 더 깊이 고민하게 된다”며 위기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에릭 쿠는 그러한 사례로 강렬한 사운드트랙으로 영상의 조악함을 보완했던 자신의 단편영화 <통증>의 제작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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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12월 2일, 교육생들이 쪽잠을 자며 단편영화 편집에 올인하던 이날, 픽셀에서는 FLY 졸업생들의 ‘홈커밍 데이’가 열렸다. 싱가포르를 포함해 타이,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미얀마, 라오스에서 온 13명의 졸업생들은 FLY가 그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FLY 이후 자국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는지 가감 없는 이야기를 나눴다. “FLY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많은 영감을 받은 채 집에 돌아갔지만, 현실은 그대로고 너무 외롭고 포기하고 싶은 거야.”(라오스, 케이) “나는 지금 여기에서, 언젠가 함께 일할 수도 있는 잠재력 가득한 얼굴들을 보고 있어. 더 많은 기회가 생긴다면 영화를 만드는 환경도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말레이시아, 푸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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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12월 2일, FLY 졸업생들은 라운드 테이블 토크를 마친 뒤 FLY 2018의 멘토들을 만나 영화 제작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A팀의 멘토인 엄혜정 촬영감독(<해빙>)은 “여학생들이 촬영감독이 되고 싶다고 할 때 말리지는 않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촬영은 남자들의 영역”이라며 “커리어를 사다리에 비유한다면 남자들에게 주어지는 사다리의 간격은 30cm, 여자들의 경우에는 3m다. 사다리 다음 칸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계속 영화를 해야 한다면, 나는 인생에서 영화만 하면서 살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라는 한국의 씁쓸한 현실을 공유했다. B팀의 멘토였던 신동석 감독(<살아남은 아이>)은 “시나리오를 쓰다가 더이상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써보라”는 조언을 건넸다. 창작자는 때때로 영감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말도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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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감독과 프로듀서는 어떻게 다를까요?” 12월 1일, FLY 교육생들은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101’이라는 주제로 박성호 프로듀서의 강의를 들었다. 박성호 프로듀서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팀장으로 일한 뒤 2013년부터 캄보디아에서 프로듀서로 재직 중인 경험을 살려 감독과는 다른, 프로듀서의 다양한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프로젝트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법, 제작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펀드의 종류, 영화제에 가면 해야 할 일 등 실용적인 각종 ‘꿀팁’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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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12월 3일, FLY 2018의 하이라이트인 졸업시사회가 싱가포르 내셔널 디자인 센터에서 열렸다. A팀이 만든 단편영화 <얀티>와 B팀이 만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를 FLY 참가자와 졸업생, 아시아 각국에서 온 영화 관계자들에게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였다. <얀티>는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가정부 얀티가 여권을 찾지 못해 고향으로 떠나지 못하고(싱가포르에서는 고용주가 가정부의 여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짧지만 강렬하게 관객의 마음을 훔쳤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오락실에서 일하는 외로운 여자가 단골 손님을 짝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오락실이라는 공간의 화려함과 여자의 고독함이 흥미로운 대비를 이루는 작품이었다. 시사 뒤에는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관객은 “어떤 국적의 관객이 보든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며 양질의 영화를 연출한 두팀의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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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졸업시사를 연 뒤, 곧이어 FLY 2018의 마무리를 알리는 졸업식이 진행됐다.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에서 모인 교육생 대다수가 각국의 전통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라 졸업증서를 수여받았다. 박수와 환호성과 웃음이 끊이지 않는 자리였다. 졸업식과 더불어 FLY 2018 교육생들 중 주목할 만한 활약을 보여준 학생들을 선발해 상을 수여하는 시상식도 열렸다.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AFA에 참가하게 될 ‘부산국제영화제 AFA 스콜라십’상은 인도네시아에서 온 카와키비 무타키엔 교육생에게 돌아갔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된 뒤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촬영부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학생에게 돌아가는 ‘아퓨처상’은 필리핀의 테렌스 지오르단 곤잘레스 교육생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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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부산영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