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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사 청문회 지상중계
김성훈 2019-03-29

모호한 답변, 그래도 충분합니까

여도 야도 창끝이 무뎠다. “장관 후보자 7명 중에서 박양우 후보자가 청와대의 7대 인사 배제 원칙 기준을 가장 적게 위반했다. (1998년 장녀의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위장 전입한 사실을 시인했는데 흠집없는 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그렇게 솔직하게 답변해달라”(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는 야당의 독려까지 나왔다. 그러다 보니 “한국 영화산업 발전과 관련된 상세한 입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충분히 설명드리겠다”는 공언과 달리 박 장관 후보자의 해명은 충분치 않았다. 지난 3월 26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여야의 큰 충돌 없이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부터 예고된 대로 CJ 사외이사 이력, 위장전입, 증여세 및 소득세 탈루, 논문 표절 등 박 후보자의 여러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야당은 도덕성을 검증하는 질의 위주로 진행했고, 여당은 그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는 인상이 강했다. 일단, 그의 CJ 사외이사 경력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의 대상이었다. <씨네21> 1198호 국내뉴스 톱 ‘대기업 견제가 가능하겠는가’에서 보도한 대로, 박 장관 후보자는 2013년 3월부터 현재까지 CJ ENM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역임했고,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총 33차례 열린 CJ 이사회에 32회 참석해 전부 찬성표를 던졌다. 이사회에 참석한 대가로 CJ에서 총 2억4400만원을 받았다. 배급과 상영을 분리하고, 스크린 독과점을 방지하는 내용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안이 여전히 상정되지 못하는 현재의 영화산업 상황에서 수직계열화를 고착화한다는 비판을 받는 대기업 입장에 서서 활동한 셈이다.

이날 인사청문회는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용인시병)이 박 후보자의 장관 내정을 반대하는 영화계 움직임을 의식한 질의로 포문을 열었다. 한 의원이 “(CJ, 롯데 같은 대기업의) 배급과 상영 사업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 도종환 문체부 장관의 생각인데 동의하나”라고 묻자 박 후보자는 “그 사정을 알고 있다”고 짧게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한 의원은 “사정을 아는 게 아니라 CJ (그룹)가 (배급업과 상영업을 겸업)하고 있지 않나. 배급업과 상영업은 분리돼야 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서대문구갑)은 박 후보자의 CJ 사외이사 이력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질의했다. “영화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나. 대기업쪽에 서서 그쪽 입장을 대변하는 활동을 한 적 있나.”(우상호 의원) “CJ 사외이사로서 회사에 대한 자문과 조언을 했을 뿐이다. 오히려 (차관 재직 시절) 중소 제작사를 위한 활동을 많이 했다.”(박 후보자) “그 사실을 가지고 영화인들이 반발할 리 없지 않나. 문체부 차관으로 근무한 뒤 활동 중 영화인들이 오해할 만한 내용은 없나.”(우상호 의원) “많은 부분에서 (영화인들과 의견이나 입장이) 서로 일치한다고 본다. 그분들께 왜 반발하는지 여쭙고 싶다.”(박 후보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광주 북구을)은 도종환 장관이 의원 시절 발의한 스크린 독과점과 대기업 수직계열화를 금지하는 내용의 영비법 개정안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영화인들은 후보자가 문재인정부의 국정철학과 문화정책에 상반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한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발의한) 스크린 독과점 금지를 골자로 한 영비법 개정안에 찬성인가 반대인가.”(최경환 의원) “(CJ) 사외이사 경력을 두고 하신 질문인 것 같은데 우려를 깊이 받아들이겠다. 영비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양한 영화가 많이 만들어져야 하고, 영화산업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정부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박 후보자) 박양우 후보자는 자신의 장관 내정을 우려하는 영화계의 걱정을 덜어낼 방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해명하기는커녕 원론적인 의견을 내놓으며 의원들의 질문을 요리조리 피해갔다.

그런 그를 두고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10년 넘은 해묵은 쟁점인데 국회나 영화계 바람과 달리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게 미스터리”라며 “영화계 일각의 불만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 위원장은 “후보자의 답변이 명확하지 않다. 영화인들이 우려하는 목소리를 잘 성찰하시고, 성실히 답변해주시길 기대하겠다”고 지적했다. 신경민 더불어 민주당 의원(서울 영등포구을) 또한 질의하기 전에 “영화계가 우려하는 부분과 관련된 질의가 연달아 나오고 있지만 후보자의 대답이 속시원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뿐 아니라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제작비에 대한 대처나 근로 환경과 관련한 질의도 나왔지만 대답은 역시 속시원하지 않았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울산 북구)은 “영화계는 많은 과제가 있다. 스크린 독과점뿐만 아니라 스탭 처우 개선과 제작비 인상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자는 “(제작비 인상 문제는)중소 제작자들의 권익과 관련한 문제인 까닭에 그들의 권익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 또 한국영화를 (넷플릭스 같은) 세계적 플랫폼과 유통사에 맞서서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대답했다. 이 의원이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도 마련해달라”고 요청하자 박 후보자는 “네” 하고 짧게 대답했다.

이 밖에도 부산국제영화제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한해 동안 기간제 노동자 176명에게 5억여원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문제도 언급됐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영등포구갑)은 “부산·부천·전주 등 국내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국제영화제에서 심각한 임금 체불 문제가 드러났다. 임금 체불과 관련한 부분은 고용노동부관할이지만 부산국제영화제를 관리·감독하는 건 문체부 소관이니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를 잘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박 후보자는 “최우선적으로 알아보겠다”고 대답했다.

CJ 사외이사와 관련된 영화계의 우려만큼이나 근무지 이탈, 위장전입, 증여세 및 소득세 탈루, 논문 표절 등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에 제기된 도덕성 논란도 문제가 됐다. 일단 박양우 후보자가 공무원 재직 시절 한양대 박사과정을 야간 수업으로 이수했다는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비례대표)은 청문회에 앞서 한양대에서 제출받은 당시 수강신청자료를 공개하며 “박 후보자는 1999~2001년까지 3년간 근무시간이 끝난 뒤 야간 수업을 들었다고 대답했지만 2000년과 2001년에 주간 수업을 들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박 후보자는 청와대 행정관과 문체부 공보과 그리고 문화관광부 관광국장 등을 역임했다. 김 의원은 “박 후보자가 언급한 야간 수업은 2000년도 2학기 관광개발사례연구(금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등에 몰려 있지만 근무지에서 학교까지 이동시간을 고려하면 근무시간에 근무지에서 이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후보자가 “당시 아마도 반차를 쓰고 조퇴해 수업을 듣지 않았을까 싶다”고 해명하자 김 의원은 “1년 연차의 85%를 써야 수업 이수가 가능하다”고 근무 태만을 꼬집었다.

각종 의혹제기에 소극적 해명 이어져

박 후보자는 자녀들의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세금을 뒤늦게 납부하고는 “증여의 개념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2013년과 2017년부터 각각 직장에서 일하는 둘째 딸(31)이 1억8천만원, 셋째 딸(26)이 2억원의 예금을 보유한 배경을 두고 우상호 의원은 “두 딸이 많은 예금을 보유한 건 박 후보자가 증여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문제 삼자 박 후보자는 “둘째 딸은 6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같이 살면서 저축하는 걸 일부 도왔고 셋째 딸은 생활비를 내지 않고 급여를 거의 저축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우 의원이 “자녀에 대한 누적 증여액이 5천만원 넘으면 증여로 간주한다”고 지적하자 박 후보자는 “가족이 경제 공동체처럼 살아와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고,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증여 범위를 넘어섰다는 사실을 알게 돼 세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증여세를 일시 납부했다”고 대답했다.

박 후보자는 또 2011년에서 2013년까지 한국영화배급협회 회장을 역임할 때 월 350만원씩 받은 업무추진비를 소득으로 신고하지 않은 사실을 두고 “업무추진비는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지만 해당 기관이 문을 닫아 증빙서류를 제출할 수 없어 가산세까지 모두 납부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 하루 전날인 3월 25일, 자녀에 대한 증여세, 업무추진비 명목 소득신고 누락에 해당하는 세금 6500만원을 납부했다. 이 밖에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서울 송파갑)은 박 후보자 딸의 대학 입학과 관련한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했지만, 박 후보자는 소극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여러 의혹에 대해서) 해명할 자락을 깔아주었는데도 그 자락을 마다해서 답답했다”는 안민석 위원장의 말대로 박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소극적으로 해명하는 데 그쳤다.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영화인들이 박양우 문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는 등 장관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가운데, 국회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청문회가 끝난 뒤, 박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는 평가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