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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플 마인드> 손미 감독, 조성우 음악감독 - 의미를 더할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
이화정 사진 최성열 2019-04-25

손미 감독, 조성우 음악감독(왼쪽부터).

단원의 상당수가 발달장애인이거나 시각장애인이며 나이도 제각각이다. ‘뷰티플 마인드’는 올해로 11년 된 오케스트라 관현악단이다. 영화 <뷰티플 마인드>는 이들의 특별한 연주, 평범한 일상을 ‘편견 없이’ 들여다본 다큐멘터리다. 음악이 만드는 ‘기적’, ‘치유’라는 극적 감동의 서사는 덜어내고 대신 그 자리에 단원 각자의 개성과 고민을 가감 없이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펑 하는 폭탄 같은 한번의 눈물 대신 이 영화의 장면 장면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지뢰처럼 숨어 있다. <뷰티플 마인드>는 올 초 암으로 유명을 달리한 고 류장하 감독의 유작이란 점에서도 영화 외적으로 마음을 더하게 만든다. 류 감독의 오랜 영화 동료이자 제작, 투자, 음악으로 이 작품에 참여한 조성우 음악감독, 또 영화의 공동 연출가이자 류 감독과 <순정만화>(2008)부터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해온 손미 감독을 만났다. 두 감독과의 만남의 자리지만 류 감독의 뜻을 함께 전하는 인터뷰다.

-조성우 음악감독이 먼저 ‘뷰티플 마인드’를 접하고, 영화화를 기획한 걸로 안다.

=조성우_ 음악영화를 한번 제대로 만들어보자고 하고 있던 차에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정영범 이사가 뷰티플 마인드 단원들에 관한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해왔다. 연습실에 갔는데 영화에서 본 이 모습이 그대로 나오더라. (웃음) 극영화 연출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뷰티플 마인드를 직접 만나고 보니 이건 다큐멘터리로 만들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그 모습 그대로 힘이 있었다.

-조성우 감독이 류장하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했다. 둘이 함께 호흡을 맞춘 <꽃피는 봄이 오면>(2004, 탄광촌에서 브라스 밴드를 지도하게 된 선생님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음악영화)을 떼고 생각할 수 없는 기획이었다.

조성우_ 이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하려다 보니 우리가 처음 함께 작업한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이 떠올랐다. 말 그대로 음악영화였고, 내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자 아쉬움도 남는 영화다. 언젠가 <꽃피는 봄이 오면>보다 더 훌륭한 음악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류장하 감독이 떠올랐고, 류장하 감독을 생각하니 자연스레 항상 따뜻하고 배려심 많았던 그의 현장이 연상됐다. 뷰티플 마인드 단원들의 마음을 열어줄 사람은 류 감독밖에 없다. 류 감독을 선택했다기보다 ‘이 영화는 류 감독이 오케이해주면 들어간다’였다. 우리 영화에는 류 감독이 절대조건 같은 거였다. (웃음) 그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손미 감독은 <순정만화>(2008) 각본에 참여하면서 류장하 감독과 인연을 이어온 동료다. 공동 연출을 하게 된 계기는 뭔가.

=손미_ <순정만화> 이후에도 류장하 감독님과 2편 더 시나리오를 작업하면서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다. 감독님이 이 작품 제안을 받으시고 함께해보자고 하시더라. <꽃피는 봄이 오면> 때 주인공 현우(최민식) 캐릭터에 집중하다 보니 관악대 친구들을 못 챙겨서 내내 미안했다며, 이 작품으로 단원들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둘 다 극영화를 작업해왔고 다큐멘터리 현장은 처음이었다. 다큐멘터리 기법부터 대상과의 거리 좁히기, 역할분담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았을 것 같다.

손미_ 카메라 3대, 트라이포드까지 장비가 많았다. 우리가 연주하는데 왔다 갔다 하면 단원들이 긴장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 현장에서 우리 팀이 제일 초보더라. (웃음) 이 친구들은 연주하는 게 일상적으로 자리 잡혀 있었고, 방송에 출연한 친구들도 있어서 카메라에도 익숙했다. 그리고 찍는 동안 매일 가니 서로 점점 익숙해졌다. 단원들이 연주하는 동안 어머니들은 기다리고 계셨기 때문에 어머니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처음엔 감독님은 선생님과 부모님 위주로 맡고, 내가 단원들을 맡는 걸로 계획했는데 나중엔 의미가 없더라. 감독님이 워낙 소통을 잘하셔서 아이들도 감독님을 삼촌처럼 따랐다.

조성우_ 편집기사님이 일등공신이다. 워낙 소스가 많아서 다시 추가로 안 찍어도 후속편을 만들 수 있을 정도다. (웃음)

손미_ 내가 안 찍고 있는 순간 중요한 일이 벌어지면 어떡하지, 언제 컷을 할지 모르겠더라. 그렇게 찍은 소스를 보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 지난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출품 마감 때문에 서둘러 했지, 그게 없었다면 류 감독님은 계속 소스 보고 계셨을 것 같다. (웃음)

조성우_ 아마 아직 완성 안 했겠지. 계속 더 수정하고 있었을걸. (웃음)

-단원의 상당수가 장애인으로 구성된 뷰티플 마인드라는 특별한 관현악단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표현할지가 이 작품의 핵심이었다.

조성우_ 이런 소재는 ‘장애인’으로 포커싱하기 십상이고 그래야 더 극적이겠지만, 음악이 주가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장애라는 걸로 포커싱하지 말자, 음악이 포커스라는 게 기획의도였다.

손미_ 의도적으로 감동을 주려 하지 않았다. 어떻게 그들을 따라갈지에 집중했던 것 같다. 류 감독님이나 나나 다큐멘터리는 처음이라 처음엔 동선도 겹치고 그랬는데, 찍다 보니 마음이 편해지고 어느 순간 마음을 놓게 되더라. 이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구나, 그렇게 깨달아갔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올 초 류장하 감독이 개봉을 보지 못하고 지병으로 세상을 등졌다. 함께한 동료로서 이 작품이 가지는 의미가 더 깊을 수밖에 없다.

손미_ 가족들에게 들어보니 감독님이 현장에서 아픈 티를 안 내신 거였다. 감독님이 오늘 촬영하느라 에너지를 쏟으셨구나 생각하는 정도였지 우리 모두 그 정도로 아프신지 몰랐다. 감독님 목소리가 작품에 많이 담겨 있어서 다시 듣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

조성우_ 5년 전 발병한 암이었지만 자연요법으로 치유했고, 이렇게 다시 발병할지 몰랐다. 류 감독과 나는 류 감독이 <8월의 크리스마스>(1998) 조연출할 때 만나, <꽃피는 봄이 오면> <순정만화> <더 펜션>(2017) 그리고 <뷰티플 마인드>까지 그의 전작을 함께 했다. 영화 작업을 하면서 그간 많은 사람들과 교류했지만 류 감독은 내게 가장 편한 동료였다. 인간적이면서 영화적 진지함도 깊었다.

-뷰티플 마인드의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오히려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고, 어머니는 아이가 “축복의 통로”라고 정의한다. 이번 작업과 이를 통한 만남이 영화 작업이나 삶에 있어 환기의 작용을 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조성우_ 영화인으로 살아온 게 근 30년 됐는데, <뷰티플 마인드>를 하면서 환기가 너무 많이 됐다. 결과물을 보면서 내가 예상치 못한 것도 많이 느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질문거리도 얻었다. 장애인에 대한 시각도 달라졌고, 갑작스레 친구를 잃어 그동안 많이 힘들기도 했다. 처음 제작한 영화가 <영매: 산자와 죽은자의 화해>(2002)였는데, 그때부터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1999) 한국판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앞으로 이것저것 하기보다 내가 집중할 수 있는, 의미를 더할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

손미_ 돌이켜보면 다큐멘터리에 대해서도, 장애에 대해서도,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도 많이 몰랐고 그래서 작품 준비하면서 자료를 많이 봤다. 그중에서도 장애 관련 책이,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더라. 촬영으로 만나고 알아가면서 이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또 한번 다큐멘터리로 이들의 삶을 기록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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