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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톤코하우스를 아시나요
김현수 사진 오계옥 2019-05-16

픽사 출신 애니메이터, 스튜디오 톤코하우스의 창립자 로버트 콘도, 다이스케 쓰쓰미 인터뷰

로버트 콘도, 다이스케 쓰쓰미(위쪽부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톤코하우스의 창립자 로버트 콘도다이스케 쓰쓰미가 한국을 찾았다. 국내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톤코하우스는 그리 익숙지 않은 제작사지만 두 사람이 만든 단편영화 <댐 키퍼>(2014)가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애니메이션 부문 후보로 오르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로버트 콘도와 다이스케 쓰쓰미는 모두 픽사 스튜디오 출신의 애니메이터다. 다이스케 쓰쓰미는 루카스 러닝과 블루 스카이 스튜디오 등에서 비주얼 개발 및 키컬러 아티스트로 일하다 2007년 픽사로 이직해 <월·Ⓔ>(2008), <토이 스토리3>(2010), <몬스터 대학교>(2013) 등에서 조명감독과 예술감독으로 일했다. 아마도 다이스케 쓰쓰미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픽사 출신이란 공식 타이틀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조카사위로 더 자주 언급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전시의 홍보 담당자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웃집 토토로>(2001)의 주인공 '메이'가 바로 다이스케 쓰쓰미의 부인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란 사실을 귀띔해줬다. 그와 함께 톤코하우스를 만든 로버트 콘도는 2002년 대학 졸업 후 픽사에 입사하자마자 <라따뚜이>(2007)의 아트디렉터를 맡았던 인물로, 픽사에서는 그 이후 지금까지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연소 아트디렉터라고 한다. 그가 세트감독 및 아트디렉터로 참여한 작품이 <몬스터 대학교> <월·Ⓔ> <토이 스토리3> 등 픽사의 주요 작품이란 사실이 이를 증명해 보인다. 애니메이터로서는 거의 모든 걸 이뤘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두 사람은 왜 픽사를 박차고 나와 독립을 결심한 것일까? 그리고 그들이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는 작품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와 이미지를 담고 있을까. 궁금한 점을 한가득 안고 전시가 한창인 청담동의 한 전시장을 찾아갔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톤코하우스를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 <댐 키퍼>는 그동안 국내에 제대로 소개될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는 톤코하우스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조명할 수 있는 기회다. 어떻게 전시를 열게 된 것인가.

=로버트 콘도_ 주변에 한국 지인들이 많았다. 톤코하우스의 멤버 중 <댐 키퍼>의 슈퍼바이징 애니메이터로 참여한 에릭 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업체 ‘재미고’의 스티브 양 대표 등 같은 주제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톤코하우스를 알릴 기회를 찾던 중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

=다이스케 쓰쓰미_ 나는 일본인이지만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 한국, 대만, 중국, 일본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아시아인으로서의 동질감을 갖고 살아왔다. 일본 전시 때도 반응이 좋았는데 한국에서도 환영받았으면 좋겠다.

-전시장 2층에 마련된 상영관에서 방금 <댐 키퍼>를 관람했다. 밝고 희망적인 애니메이션을 예상했는데 마음이 무거워지는 느낌이랄까. (자세한 리뷰는 72쪽 참조.)

로버트 콘도_ 이 영화는 어둠에 관한 영화다. 영화의 주제는 미국 코믹스에서 주로 접할 수 있는 영웅담처럼 보이지만 실은 자신이 영웅인지 모르는 영웅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게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두 번째로 중요한 관점은 마을의 댐을 지키는 댐지기로서의 피그가 세상이 변하지 않는 가운데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이 바뀌게 되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서로 어떻게 인연이 닿아 톤코하우스를 기획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다이스케 쓰쓰미_ 우리는 픽사에서 <토이 스토리3>, <몬스터 대학교>, <코코>(2017) 등의 예술감독을 맡아 제작에 함께 참여했는데 평소 사무실도 바로 옆이라 잘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픽사에는 자신의 업무를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쉬면서 다른 외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코-워크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정해진 근무시간 외에는 본인들이 만들고 싶어 하는 작품을 마음껏 만들도록 허락한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인데 덕분에 <댐 키퍼>를 만들 수 있었다.

로버트 콘도_ 픽사는 잘 알다시피 수백명이 한 작품을 만드는 데 달려들지만 각자 맡은 파트의 일만 하기 때문에 지루할 수 있다. 그런데 <댐 키퍼>는 직접 우리가 각본도 쓰고 연출도 하다보니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展: 호기심과 상상으로 그린 빛의 세계> 전시 전경.

-<댐 키퍼>의 세계관은 모든 캐릭터가 동물로 표현된다. 그런데 주인공으로 왜 돼지를 택했나.

다이스케 쓰쓰미_ 앞서 로버트가 말했던 것처럼 <댐 키퍼>는 숨은 영웅의 이야기다. 그래서 청소부처럼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 사람들이 일하는지 모르는 그런 사람을 떠올리게 하고 싶었다. 흔히 사람들은 돼지를 지저분하다고 생각하지만 돼지는 정말 깨끗한 동물이다. 그런 그가 사실은 마을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하는데 돼지라는 외형에 그런 의미를 담았다.

-<댐 키퍼>는 마치 손으로 스케치한 것 같은 독특한 그림체로 이뤄져 있다. 선을 명확하게 긋기보다는 경계를 명확하게 나누지 않는, 수채화 같은 장면도 보일 때가 있다. 전체 연출방향은 어떤 컨셉에서 이뤄졌나.

로버트 콘도_ 우리가 아트디렉터로 일할 때 서로 비슷하게 그리는 데 익숙해 있었다. 그때 만들어낸 아이디어인데 애니메이션이지만 실제 붓으로 그림을 그린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비록 디지털 페인팅이긴 하지만 8천장 넘는 프레임을 하나하나 일일이 그려넣는 작업이 필요했다. 덧붙여 빛을 부각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었다.

-<댐 키퍼>를 만드는 데 제작 기간과 인원은 얼마나 동원되었나.

로버트 콘도_ 전체 9개월 정도 걸렸다. 3개월은 픽사의 프로그램 기간이었고 나머지 6개월은 아침이나 새벽시간에 작업하거나 아니면 퇴근하고 밤에 작업했다. 70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대부분 아마추어 학생들이었다. 전문가를 영입한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모집하고 그들에게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쳐가면서 작업했다. 전문가를 데려오면 능숙하게 작업할 수 있었겠지만 <댐 키퍼>의 제작방식은 교육에도 방점이 찍혀 있었다. 작업시간보다 되레 그들을 가르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애초에 제작 목적이 불분명해서 영화제 출품 응모에 떨어지곤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자신들이 참여한 작품의 오리지널 아트워크를 경매하기도 했다고.

로버트 콘도_ 흔히 영화 작업의 겉모습만 보고 매력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이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거였다. 내가 알지 못한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었으니까. 픽사에서 일할 때는 쓰쓰미와 의견 충돌이 거의 없었지만 <댐 키퍼>를 만들면서는 자주 의견이 갈렸다. 그 합의점을 찾기가 쉽진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동업자로서 믿음을 더 가질 수 있었다.

-처음 애니메이터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뭔가.

로버트 콘도_ 어릴 때부터 디즈니나 워너브러더스 카툰을 보며 자랐다. 그때 애니메이터가 돼야겠다고 다짐한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가 패션디자이너여서 그림 그리는 데 익숙했다. 픽사에 입사해서는 일보다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오래 다녔던 것 같다.

다이스케 쓰쓰미_ 나는 일본에서 태어났고, 자라면서 수많은 만화를 접하며 살았다. 대학에서는 미술을 전공했지만 전업 화가의 길을 가야 하는 거라 생각했다. 미국 유학 시절에 비자가 필요해서 취직했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내 적성을 찾았던 것 같다. 화가는 혼자 작업하지만 애니메이터는 여럿이 함께 작업하는, 일종의 팀스포츠 같은 거라 적성에 잘 맞았던 것 같다.

다이스케 쓰쓰미, 로버트 콘도(왼쪽부터).

-<댐 키퍼>의 작업방식에서도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톤코하우스는 교육 사업을 중요하게 여기고 또 많은 활동을 하는 것 같다.

로버트 콘도_ 스튜디오에서 많은 걸 배웠기 때문에 우리가 성공할 수 있었다. <댐 키퍼>를 만들면서도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했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려고 노력 중이고, 전시장 2층에 전시된 워크북도 교육 사업의 일환이다. 톤코하우스의 작업이 어린 친구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게 만들고 싶다. 그래서 교육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픽사에서 승승장구하던 시절에 왜 픽사를 박차고 나와 독립할 생각을 갖게 된 것인가.

로버트 콘도_ 픽사가 꿈의 직장이라는 건 직접 겪어봐서 잘 알고 있다. 모든 애니메이터가 픽사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성장의 기회 때문이다. 우리 역시 픽사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그만둘 때는 픽사 내에서 우리의 입지가 가장 정점을 찍었을 때다. 그런데 9개월 동안 <댐 키퍼>를 만들면서 매일이 도전이었다. 우리의 실수를 바로잡아가면서 느낀 것은 처음 애니메이터를 시작할 때의 그 두려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는 거다. 우린 그동안 편안함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댐 키퍼>를 만들면서 다시 느꼈던 감정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복귀해서 <코코>를 만들면서 독립을 결심하게 됐다. 매일 도전하는 삶, 두렵지만 흥분된 감정을 갖고 싶었다.

다이스케 쓰쓰미_ 처음 톤코하우스를 시작할 때는 정말 조그마한 방 한칸에서 시작했다. 사업자 등록하는 법부터 인터넷 설치까지 해보지 않은 일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재미가 좋았다. 한번은 와이파이가 안 돼 픽사 근처 카페에 자리 잡고 일한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려운 길이었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잘 버텼다.

-톤코하우스의 앞으로의 계획은.

로버트 콘도_ 2018년부터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 사사키가 연출하는 <슬리피 파인즈>가 있다.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 미스터리한 뮤지션들 이야기이고 그의 첫 감독 데뷔작이 될 거다. 에릭 오는 SF 소재의 <레오>라는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한국과 관련한 이야기도 등장한다고 한다. 작품의 캐릭터 디자인이나 배경 설정 등이 모두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다.

다이스케 쓰쓰미_ 나는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랐던 일본 전설을 바탕으로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오니>를 준비 중이다. <댐 키퍼>의 장편 프로젝트도 로버트 콘도와 함께 공동 연출로 진행 중인데 지금 소개하는 이 작품들은 대부분 제작 초기 단계여서 언제 완성될 거라고 확답하기는 어렵다.

로버트 콘도_ 톤코하우스는 끊임없이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의 매체만 고집하지 않는다. 장편, 단편, 그래픽노블 혹은 전시회나 영화제 등 다양한 채널과 포맷을 통해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또한 프로젝트마다 해당 지역사회와도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길을 계속 고민 중이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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