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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⑯] <초의태인간> 후지이 슈고 감독 - 공포가 극대화되는 바로 그 순간
김성훈 사진 박종덕 2019-07-17

<초의태인간>은 그림 한장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다. 괴물 나마하게가 아기를 안고 있는 그림이다. 일본 메이지 시대에 활동했던 화가 이토 세이우가 일본 전통 공연인 라쿠고 <괴담 치부사 에노키>로부터 영감을 받아 그렸다. “그 그림으로부터 강한 영감을 받았다. 나마하게는 게으른 사람을 혼내주는 요괴로 알려졌지만 일반적으로 부모가 아이를 겁줄 때 소환하는 요괴이기도 하다. 그건 아동학대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후지이 슈고 감독의 말대로 이 영화는 후마와 그의 아들 렌, 두 부자를 통해 폭력의 대물림을 그려내는 호러영화다. 깊은 숲속의 아침, 후마가 잠에서 깬다. 숲속에서 밤을 보낸 이유도, 렌이 곁에 서 있는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그는 여기가 어디인지, 자신을 왜 깨우지 않았는지 렌에게 물으며 폭력을 휘두른다. 그리고 후마의 아버지가 갑자기 그 앞에 나타나고, 렌이 그랬듯이 그 또한 아버지의 폭력에 불안해한다. “폭력이 대물림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아동학대는 옳지 않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영화는 1970년대 일본 괴기영화의 전통을 따르되, <텍사스 전기톱 연쇄 살인사건> 같은 1980, 90년대 미국 스플래셔 호러무비 또한 연상시킨다. “시각특수효과(VFX) 없이 연기, 연출만으로 잔혹한 장면들을 만들어낸 1970, 80년대 할리우드 호러영화를 존경한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촬영 현장은 ‘지옥의 묵시록’이 따로 없었지만 당시 할리우드 호러영화 같은 스타일로 만들어 오마주를 바치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영화는 사람이 의태를 할 수 있는 실험을 시도해,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의 이중성과 그로 인한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 순간만큼은 신체를 썰고, 자르고, 사람이 마구 죽어나가는 장면 못지않게 기괴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본심을 숨긴 채 살아가지 않나. 그게 드러나는 순간 공포가 극대화되는 걸 의도했다.” 차기작 또한 호러영화라고 한다. “두편을 준비 중인데 모두 호러영화다.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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