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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안개처럼 속삭인다
2001-03-22

<소름> 촬영현장

좀처럼 빛을 허용하지 않는 컴컴한 스튜디오 안, 조용한 숨소리만 터질듯이 빈 공간을 채우고 있다. 감독의 슛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꿈결처럼 흘러다닌다. 한창 감정이입에 몰입한 배우의 얼굴 위로 음산한 그늘이 드리워지는 순간 “OK” 한마디가 시원스레 떨어진다. 허름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그 배후의 암울한 기억을 파헤치는 영화 <소름>은 멜로의 러시 속에서 오랜만에 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영화.

죽은 연인에 대한 기억을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덧댄 <플레이백>, 불현듯 찾아온 운명의 그림자를 다룬 <메멘토>, 과거의 기억 속에서 서성이는

두 인물의 쓸쓸한 심리를 담아낸 <풍경> 등 일련의 단편영화로 단박에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윤종찬 감독이 다시 운명과 과거의 기억에 얽힌

가슴 서늘한 사랑이야기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시나리오의 모태는 LA 빈민가 아파트에서 실제로 일어난 한인부부 실종사건과 그로 인해 고아가

된 어린아이 이야기다.

전례없는 실사조명은 영화적 공간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동시에 실제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영상을 만들어간다. 13억원의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현재 90% 이상 촬영을 마친 상태. 잦은 폭설로 늦어진 촬영을 만회하기 위해 후반작업을 서두르는 중이다. 스크린에는 처음 얼굴을 비추는

김명민이 탄생의 비밀을 지닌 택시 드라이버 용현으로, 이미 자신의 연기영역을 어느 정도 구축했다는 평가를 얻은 장진영이 아이를 잃고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옆집 아내 선영으로 나와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다. 4월28일이면 관객 앞에 소름의 진상이 드러날 예정.

글 심지현/ 객원기자 simssisi@dreamx.net

▶폭력을 휘두르던 남편이 남편이 죽고나서 급속도로 가까워진 두 사람.

정사를 나눈 뒤 선영은 용현에게 자신의 불우한 가정환경에 대해 털어놓는다. 그러나 실종된 아이의 존재만은 끝내 말하지 못한다.

▶호서대 연영과 교수인 윤종찬 감독은 학생들 사이에서 ‘두꺼비 교수님’이라

불린다. 울퉁불퉁한 얼굴 피부 때문. 이번 <소름> 촬영에 두꺼비 교수님은 학생들을 대거 참여시켜 더할 수 없이 좋은 현장학습의 기회를

마련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