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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녀석들: 더 무비> 김상중 - 진심이 깃든 한방
송경원 사진 최성열 2019-09-03

"올해로 데뷔 28년인데 그중 절반을, 정확히는 13년간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했다." 김상중 배우는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 쌓아온 이미지를 책임감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배우로서 특정 이미지에 갇히는 게 답답할 법도 하건만 “작품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 환영한다”는 그의 답변은 잔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자존감이 묻어난다. 김상중 배우는 그동안 정의를 상징하는 역할을 적지 않게 맡아왔지만, 드라마 <나쁜 녀석들> 시절부터 자신이 맡았던 오구탁의 정의 구현 방식에 가장 공감한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시스템의 빈틈과 그늘 속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그이기에 대리만족을 안겨줄 한방에도 진심이 깃들어 있다.

-많은 작품을 했지만 드라마 <나쁜 녀석들>은 특히 애착을 가졌던 작품으로 알고 있다. 결국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흥분된다. 드라마를 찍으면서도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재미있겠다는 이야기를 마동석 배우와 자주 나눴다. 농담 반 진담 반이었는데 그게 5년만에 현실로 이뤄져서 감회가 남다르다. 드라마를 찍을 때 아쉬웠던 부분을 만회할 기회가 생겨 배우로서 감사하기도 하다. 드라마는 연쇄살인범을 추격해가는 과정을 11개 에피소드로 나눠서 전달하다보니 아무래도 속도감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표현수위가 높아 다소 무겁기도 했고. 반면 영화는 캐릭터를 활용한 유머 코드가 훨씬 많이 들어 있고 액션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드라마도 매력이 확실했는데 영화는 2시간에 맞춰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드라마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의 이야기를 다룬다. 오구탁이 자신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한 뒤인데 오히려 피로감이 더 커진 것처럼 느껴진다.

=오구탁은 딸을 잃은 아버지로서의 아픔이 핵심인 캐릭터다. 범죄자에 자비가 없고, 목표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그렇게 목적을 달성했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단번에 좋아지진 않는다. 여전히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다. 가끔 우리 시스템이 가해자의 인권에 더 신경 쓰는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까울 때가 있다. 최근 고유정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인권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제도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세상에는 나쁜 놈이 너무 많다. 그러니 나쁜 놈 잡는 ‘나쁜 녀석들’도 쉴 수가 없다.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의 아모개, <더 뱅커>의 노대호 등 정의를 구현하는 역할을 자주 맡아왔다.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하며 느낀 갈증이 있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부분의 문제들을 환기시키고 여론을 조성하는 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해결되지 못한 사건과 범죄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 시원한 한방, 대리만족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오구탁이란 캐릭터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나쁜 녀석들>이 인기를 모은 이유는 명확하다. 법과 시스템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지점에 대한 대리만족을 제공하는 거다. <나쁜 녀석들> 이외에도 이런 지점을 짚어주는 이야기들이 계속 나오길 바란다. 문제를 환기시킨다는 차원에서도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로 쌓인 이미지를 반복한다는 우려가 들기도 하는데.

=조용필에게 나훈아 스타일로 부르라고 하면 그 맛을 살릴 수 없을 거다. 마찬가지다. 김상중이란 배우가 축적해온 캐릭터가 작품을 부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물론 그게 반복되면 약점이 될 수도 있지만 나는 약점을 메우는 것보다 장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쪽을 더 선호한다. 마동석 배우가 마동석표 액션과 유머로 하나의 장르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본다.

-무겁고 진중한 역할을 주로 맡아왔지만 바깥에서는 농담을 자주 하는 편이다.

=성공률이 그렇게 높진 않지만 쉬지 않고 시도한다. (웃음) 다섯번에 한번 성공이면 족하다. 기본적으로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내가 먼저 시도하면 그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부드러워진다.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재미있다.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즐겁게 작업하는 것도 필요하다. 마동석 배우와는 드라마 때부터 워낙 호흡이 좋았다. 김아중 배우는 이번에 처음 작업했는데 배역에 대한 책임감이 커서 작은 것도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는 모습에 감명받았다. 장기용 배우는 아는 것이든 모르는 것이든 늘 물어본다. 그 겸손함과 배우려는 자세에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후배였다. 영화에선 나쁜 녀석들이었지만 실은 좋은 녀석들밖에 없는 현장이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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