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가상 서바이벌 게임
2001-03-22

신현준의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Intro(trot-enka ultracomic version) :: “옆나라 일본에 20개의 정치사단(파벌) 중 가장 작은

사단에 속해 도저히 수상이 될 정치기반을 갖지 못한 분인 나카소네 전 총리는 인고의 노력과 불굴의 정신으로 급기야 수상이 돼 5년간 손꼽히는

업적을 남겼다…. 그분이 나더러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뜻있는 곳에 길이 열리고 모두가 행복을 나눠 가지는 광장이 제공된다’고

했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김종필의 발언, <조선일보>, 2001. 2. 11). Take1: 한국의 정치세력들은 100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빅뱅을 맞이하고 있다. 5년 전 선거에서 당시의 대통령은 뚜렷한 레임 덕 현상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5월로

예정된 여당의 대통령후보 지명은 ‘마땅한 후보자가 없다’는 이유로 몇 차례 연기되더니 마침내 DJ는 자민련과의 완전 합당과 후보 단일화를

‘전향적으로 생각하겠다’고 선언했다. JP는 특유의 양다리 전술을 구사하여 합당 협상을 진행하는 한편으로 YS와 수차례 회동을 가졌다.

그 사이 당나라당의 내분은 계속되어 현역 의원 12명이 탈당을 선언했다(<데일리 센터>, 2002. 8. 20).

Take2 :: 1990년의 3당 합당을 기억하는가. 오늘은 그때보다 더한 감격스러운 깜짝쇼가 있었다. 3김의 전격 밀실회동

회동 끝에 ‘DJY 연합’이 실현된 것이다. 이들은 단일 정당 결성, 단일 후보로 JP 추대를 합의했다. 아, 지역 감정을 넘어서는 전국적

대중정당이 드디어 탄생한 것이다! 당명은 장고를 거듭한 끝에 조국근대화민주경로당, 줄여서 조로당으로 확정되었다. 민주자만당, 망한국당,

당나라당, 헌만년신민당 등 여당의 이름이 자주 변경됨으로써 가져온 혼란을 피하기 위해 ‘3인의 공동총재 가운데 마지막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사후 500년까지 당명을 바꿀 수 없다’는 각서까지 썼다. 조로당은 ‘내각제’를 당론으로 정하고 대선에 임한다고 발표했다(<에브리데이 따이한>,

2002. 9. 23). Take3: 대학생과 노동자들은 조로당을 ‘3김 야합’이라고 반대하고 나섰다. 묘한 것은 <동조선일보>가 “학생들이

폭력을 사용한 것은 잘못이나 그들의 주장은 이 사회의 보수층이라도 지지할 만한 내용이 담겨 있다”는 이례적인 사설을 게재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좌우 합작이 탄생하는 것일까?(주간 <예스터데이 서울>, 2002. 10. 7)

Intermission(gug-ak hybrid mix) ::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궁예 역과 아지태 역을 맡은 탤런트는

각 후보쪽으로부터 집요한 섭외에 시달렸다. 이번 선거는 중부권의 표를 잡는 게 관건이라나 뭐라나…. 그렇지만 투표를 일주일 앞둔 상태에서

승부는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DJ가 광주, YS가 부산, JP가 대전으로 행차하여 정부의 인구정책의 실패를 다시금 보여주었다. 이로써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세겨레신문>, 2002. 11. 27).

Take4 :: 이번 남조선 대선은 사상 최저 투표율과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조로당의 승리로 끝났다. 각개 격파, 뒷다마

까기, 말 뒤집기 등 정치 28.7단의 노련한 전술에 당나라당도, 진보세력도 갈갈이 찢긴 상태에서 당연한 결과다. 특기할 만한 점은 득표율

7%를 기록한 ‘자민련’이라는 온라인 군소정당의 약진이다. ‘자살민중연대’라고 밝힌 이들은 3김이 계속 집권한다면 집단 자살하겠다는 사람들이

결성한 단체다. 이들은 대통령 후보로 불독을 출마시켰는데, 이는 40여년 전 미국에서 급진운동 세력이 돼지를 대통령 후보로 출마시킨 사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것이라고 밝혔다(사족: 다른 후보들은 돼지보다도 못하다는 뜻)(웹진 <깐죽일보>, 2002. 12. 12).

Take5 :: 예상과는 달리 북한은 남한의 후3김시대의 개막에 대해 아무런 ‘생떼’를 쓰지 않았다. 한 소식통에 의하면

조로당이 조선로동당의 약자와 똑같아서 눈감아주고 있다는 허무 개그도 있다. 이로써 21세기 한반도에는 4김 시대가 개막될 전망이다.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 쾌지나 칭칭나네. 니나노∼(`UB-카더라 합동 통신`, 2002. 12., 31).

Outro(hip-hop remix) :: “JP, 여권을 대표해 YS 달래기 나서”, “3김이 ‘반(反)이회창 연대’를

형성할지 여부도 주목”(<한겨레>, 2001. 2. 22), “민주·자민련 대변인 등 만나 합당 등 거론…. ‘경륜있는 JP 다음엔 ‘큰일’

하는 게 순리”, “YS·김윤환 오찬회동 ‘영남후보론’ 의견 논의”(<조선일보>, 2001. 3. 7)….(fade

out)

P.S.: 쓰고 나면 속이 개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기분 꿀꿀해지는군요. ‘아무개만 이롭게 한다’고 항의할 사람도 있을 것 같고….에이,

퉤퉤퉤.

신현준/ 문화 에세이스트 http://shinhyunjoon.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