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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형님>, 누가 웃는가?

뜨거운 환대 속에 가수 양준일이 돌아오면서, 그가 출연했던 90년대 초 예능도 유튜브에서 인기다. 그런데 양준일을 보려면 한국 문화와 언어에 서툰 그를 비웃거나 홀대하던 진행자들의 무례함을 견뎌야 한다. 과거를 돌아보며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최근 JTBC <아는 형님>에는 ‘(여자)아이들’의 대만인 멤버 슈화가 출연했다.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저는 그냥 말해요. 표현력이 부족하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하고 싶은 말 다 하고있어요. 숨기지 않아요”(<GQ>)라고 말한 적 있는 슈화는 토크 예능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말이 아직 좀 어렵지 않냐?”라는 방송인 장성규의 질문에도 당당히 “어렵지 않다”고 맞받았는데, “슈화는 어렵지 않아! 듣는 우리가 어려워!”라는 가수 신동의 농담이 슈화의 자신감을 우스운 것으로 만들었다.

예능에서는 ‘한국인 다 된’ 외국인 남성이 누구보다 환영받지만, 한국어가 서툴고 나이 어린 외국인 여성은 그저 ‘아이 같은’ 존재로 대상화되고 존중받지 못한다. ‘아는’, ‘형님’이라는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우리’라는 동질감을 강하게 띤 집단일수록 자신들과 다른 대상을 향한 몰이해를 웃으며 드러낸다. 이 시대의 미디어 종사자라면 특히 꼭 읽어야 할 <선량한 차별주의자>에는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이 등장한다. “누가 웃는가?”, 그리고 “누가 웃지 않는가?” 참고로 이 책의 서문에는 “한국인 다 되었네요”가 모욕적인 표현인 이유도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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