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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야 할 해외스탭들 ⑤] 상상했던 그대로 - 라 빈센트
송경원 2020-03-12

<조조 래빗> 프로덕션 디자이너

기발한 상상력으로 정평이 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에겐 다행히 자신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해주는 동반자가 있다.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토르: 라그나로크> <조조 래빗>까지 세편의 작품에서 프로덕션 디자이너를 맡은 라 빈센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뉴질랜드에서 조각가, 미술가로 활동하던 라 빈센트는 영화미술에 발을 들인 후 세트 디자인을 거쳐 이제는 신뢰받는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활약 중이다. 그는 좀처럼 구현하기 힘든 규모의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걸로 정평이 나 있는데, 그중에서도 오늘의 라 빈센트를 만들어준 영화는 피터 잭슨의 <호빗> 시리즈다.

<호빗> 시리즈에서 조각과 세트 디자인을 담당한 라 빈센트는 <호빗> 프로젝트가 자신을 성장시킨 장대한 모험이었다고 회상한다. <호빗: 뜻밖의 여정> 의 준비 작업부터 시작하여 <호빗: 다섯 군대 전투>가 끝날 때까지 무려 6년 간 이어진 프로젝트는 이제 갓 영화쪽 일을 시작한 라 빈센트를 연마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일주일에 5일, 6년을 매달리는 와중에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호빗>은 시각특수효과(VFX)가 중심이 되는 영화지만 <반지의 제왕> 시리즈처럼 아날로그적인 무대를 창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고 내가 해야 할 일도 배경과 세트를 건축하는 것이었다.” 중간계를 창조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한편의 서사시나 다름없었다. 조각과 건축에 뿌리를 둔 라 빈센트는 <호빗> 시리즈를 통해 카메라, 애니메이션 드로잉 등 새로운 요소들과 조화를 이루는 법을 익혔다. “CG로 창조된 환상적인 이미지에 무게와 질감을 더하고 관객이 실제 그 공간에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라 빈센트에게 있어 프로덕션 디자인은 그야말로 세계를 설계하는 작업의 연장이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과의 절묘한 호흡도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환상적인 분위기와 비현실적인 설정이 도드라지는 타이카 와이티티의 상상력에 현실의 무게추를 더하는 건 라 빈센트의 사실적인 손길이었다. “조각에서 건축으로 전환할 무렵 타이카 와이티티를 만났고 그의 초기작인 <보이>(2010)에서 작은 도움을 주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각자의 작업을 이어가다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에서 감독과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재회한 두 사람은 서로의 장점을 흡수해 시너지를 발휘하기 시작한다.“타이카 와이티티와의 작업은 언제나 창조적이며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마치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들처럼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라 빈센트에게 있어 영화미술이란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하는 놀이이자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곳을 창조할 수 있는 작업”인 셈이다. 즐기는 자가 만드는 세상, 상상은 그렇게 현실이 된다.

그 시절 , 우리가 사랑했던 빛깔

<조조 래빗>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밝고 화사하며 낙관적인 빛깔을 유지하는데, 이 또한 유년기의 색채라는 것이 라 빈센트의 설명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점 신중하고 무거워진다. <조조 래빗>에서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색상과 프레임이 어수선하지 않는 건 라 빈센트의 공이다. 동화이되 현실로부터 지나치게 멀어지지 않는 것. 라 빈센트의 무대는 항상 그 중간 어딘가에서 창조된다.

프로덕션 디자인

2019 <조조 래빗> 2017 <토르: 라그나로크> 2014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세트 디자인

2018 <모털 엔진> 2016 <거울나라의 앨리스> 2014 <호빗: 다섯 군대 전투> 2013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2012 <호빗: 뜻밖의 여정> 2005 <킹콩> 2003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2002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2001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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