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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인간의 Music] 오프온오프 《보이(boy.)》, 그대로 유지되었으면 하는 순간

사무실을 옮겼다. 이전 사무실이 있던 신사동 가로수길 골목은 주변 술집과 밥집이 흥한 이래, 취객들의 고성과 소음이 골칫거리였다. 더는 강남이 아니라 강북에 있고 싶었다. 충무로부터 신설동까지 여러 후보가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성수동에 왔다. 카페와 작은 사무실과 공장 사람들이 가는 밥집, 그리고 자동차 공업사들이 혼재한 연무장길에 있다. 오프온오프의 《보이(boy.)》는 2017년에 발매한 음반이다. 두명의 구성원 중 콜드(Colde)와는 지난해에 한 화보 촬영장에서 만난 적이 있으나 그때 그의 팬은 아니었다. 그들의 진가를 이사 후 청소와 함께 알게 되었다. 부드럽게 흐르는 사랑 이야기와 아직 ‘소년’을 유지하는 젊은이들의 고민을 나 또한 했고, 또 여전히 하고 있다. 발매 후 몇년이 지난 앨범의 곡을 무수하게 반복하다가, <Photograph>라는 곡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가사 한 소절 한 소절이 ‘그대로 유지되었으면 하는 순간’을 말한다. 뮤직비디오는 타국의 도시와 일상 풍경을 절묘한 편집으로 담아냈다. 별일 없는 일상을 조금씩 영상으로 담아보자고, 이 뮤직비디오를 보고 실천하게 되었다. 관광객과 젊은이들이 몰리던 가로수길과 좀더 투박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성수동은 같은 도시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 와중에 ‘everything is everywhere’라는 <Photograph>의 후렴구는 어쩐지 이사 후, 3월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감각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밤에 생경한 새 동네를 걸으며, 요즘 이 앨범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