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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 '무녀도' 안재훈 감독 - 한국 애니메이션이 놓친 시대를 그린다
이주현 사진 오계옥 2020-07-10

안재훈 감독의 <무녀도>가 제44회 안시영화제에서 장편경쟁 콩트르샹 부문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한국의 장편애니메이션이 안시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건 2004년 <오세암> 이후 16년 만이다. 안재훈 감독은 첫 장편 <소중한 날의 꿈>(2011) 이후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2014), <소나기>(2017)를 통해 한국의 근대 단편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이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김동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무녀도> 역시 그 일환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프랑스 안시영화제에서 수상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을 안재훈 감독을 남산 N서울타워 아래에 위치한 스튜디오‘연필로명상하기’에서 만났다.

-수상을 축하한다. 코로나19로 영화제가 온라인으로 개최되면서 수상 소감도 영상으로 전달했다고.

=코로나19가 바꿔놓은 것들이 많은데, 앞으로는 극장에서 볼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가 분명히 나뉠 거란 생각도 들고, 해외 관객과 만나기도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뮤지컬 작품인 만큼 관객이 안시의 극장에서 <무녀도>를 보았더라면 극중 모화의 목소리를 연기한 소냐씨의 노래도 더 제대로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첫 장편 <소중한 날의 꿈>부터 꾸준히 안시영화제와 인연을 맺어왔다. <소중한 날의 꿈>은 2011년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무녀도>는 상을 받았고, 차기작 <살아오름: 천년의 동행>도 2017년 안시필름마켓(MIFA)에서 피칭을 했다.

=한국 최초, 아시아 최초라는 수식어보다 영화를 좋아해주고 따뜻하게 환대해준 사람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실사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안시영화제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안시에선 계급이 느껴지지 않는다. 모두가 주인공이고 모두가 흥겹게 축제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안시다. 즐기다보면 내 옆에 디즈니 애니메이터가 있고 픽사 관계자가 있다. (웃음)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소나기>에 이어 한국 단편문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무녀도>를 만들었다. 김동리의 원작에선 어떤 매력을 느꼈나.

=<무녀도>는 워낙 한국적이면서도 시대의 갈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서정성이 바탕이 된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느낌을 줄 수 있겠다 싶었다. 종교 갈등을 통해서 그 시대를 바라보고 현시대까지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림체도 달라졌다. 이전의 동글동글한 선과 예쁜 색이 날카롭고 강렬해졌다.

=보통은 내가 그린 스케치나 그림의 방향을 스탭들이 따라오는 식이었는데 이번엔 그 반대였다. 스탭들이 그림체와 방향에 대한 의견을 냈고 그걸 수용했다. 마크 로스코의 그림처럼 이번엔 색으로 감정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음악이 중요한 뮤지컬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무녀도>에는 무녀 모화의 독백이 많다. 그것을 일일이 재현하고 설명하면 지루할 것 같았다. 이야기를 강렬하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뮤지컬이 떠올랐다. 노래를 정말 잘하는 사람으로 목소리 연기자를 섭외하는 게 중요했고, 뮤지컬 배우 소냐씨와 김다현씨를 캐스팅했다.

-한국 단편문학 프로젝트는 계속되는 건가.

=<무녀도>가 마지막이다. 아무리 가치 있고 의미 있어도 극장 개봉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차기작은 꼭두가 등장하는 창작애니메이션 <살아오름: 천년의 동행>이다.

=주인공은 ‘힘들어 죽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다가 진짜로 죽게 된다. 꿈이 없고 내일이 기대되지 않아도 막상 죽고 나니 살고 싶고, 다시 살아나기 위해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내년 안시영화제에서는 <살아오름: 천년의 동행>을 첫 공개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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