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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키 데스데이'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 인터뷰, 냉소적인 공포영화는 그만!
안현진(LA 통신원) 2020-11-23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사진제공 유니버설 픽쳐스

광기 어린 살인자와 소심한 소녀의 몸이 뒤바뀐다. 무고한 희생자를 낳은 살인자(빈스 본)의 출몰에 마을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지만, 코미디는 그렇게 시작된다. 힘으로 제압하던 살인자는 연약한 소녀 밀리(캐서린 뉴턴)의 몸으로 살인이 어려워지자 머리를 쓰고, 살인자의 건장한 몸을 얻게 된 소녀는 자신감을 얻는다. <13일의 금요일>과 <프리키 프라이데이>를 클래식하고 흥미롭게 하이브리드한 공포영화 <프리키 데스데이>(11월 25일 한국개봉)를 연출하고 각본을 쓴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당신이 호러영화 감독이자 작가이며 호러 장르 팬이란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사실은 감독의 영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런데 <프리키 프라이데이>의 팬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웃음) <프리키 프라이데이>와 관련한 기억이 있다면 이야기해줄 수 있나.

=(웃음) 오리지널 <프리키 프라이데이>(감독 게리 넬슨, 1976)를 본 기억은 없다. 린지 로한과 제이미 리 커티스가 출연한 리메이크작 <프리키 프라이데이>(감독 마크 워터스, 2003)는 물론 봤다.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대단한 팬은 아니었다. 하지만 보디체인지 영화 속의 당황스럽고 귀엽고 바보 같은 상황이 호러 장르, 슬래셔 무비와 결합된 아이디어가 좋았다. 이전까지 만들어진 보디체인지 영화와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보디체인지 컨셉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람들은 항상 타인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게 성정체성이든 특정한 문화적 정체성이든 타인에 대한 순수한 끌림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루 동안 저 사람이 된다면 어떨까’를 상상해보는 소망이 반영되는 건데, 내 영화는 그게 살인자의 몸에 갇혀버릴 수 있다는 공포와 만난다. 원래 몸으로 돌아가지 못할까 하는, 보디체인지 영화의 두려움과 무서운 영화의 두려움 사이에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에게 보디체인지 상황이 꼭 나쁜 건 아니다.

=맞다. 밀리는 부끄럼이 많고 내성적인 소녀인데, 살인자와 몸이 바뀌고 나서야 진짜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피 튀기는 살인 장면에서도 피식 웃음이 나온다. 폭력적인 장면과 유머를 공존하게 한 의도가 있다면.

=관객은 이 영화에서 괴상하고 비정상적인 방식의 죽음을 많이 보게 된다. 진지하게 받아들이라고 만든 장면이 아니라 재밌으라고 만든 장면들이다. 깜짝 놀라거나 무서운 장면일 수도 있지만 관객이 그 장면을 보면서 살짝 웃게 만들고 싶었다. 그 아이러니가 영화의 톤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살인 장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살인과 관련해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나.

=각본을 쓸 때 살인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는 오랜 고민 없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야기의 흐름과 장소가 어디인지를 고려하면 쉬운 결정이었다. 마이클 케네디와 함께 각본을 쓰며 가장 까다로웠던 장면은 라일라(멜리사 콜라조)의 죽음이었는데, 로커룸에서 사건이 일어날 거라 계산은 했지만 어떤 무기가 사용되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특별한 진전 없이 어떻게 할까 생각하던 중에 로케이션 헌팅을 위해 초호화 시설을 갖춘 고등학교를 방문했었다. 스피닝 클래스가 있고 근육통을 완화시키는 극저온 요법을 위한 크라이어체임버(극저온용기)를 갖추고 있었다. 거기서 라일라의 죽음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죽는 장면을 쓰고 촬영하는 데 어떤 기준이 있었나. 이를테면 영화에서 선한 사람은 죽지 않는다.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 고문하는 장르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내 영화가 이상하고, 피가 많이 튀고, 어두울지 모르지만 그래도 세상에 이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그게 내 규칙이고 기준이다. 냉소적인 공포영화는 더 이상은 만들고 싶지 않다. 내가 만들고 싶은 건 무서운 영화다. 사실 지금 준비하는 영화는 코미디가 아닌 순수하게 무서운 영화가 될 거다.

<프리키 데스데이>

-캐스팅이 좋다. 빈스 본과 캐서린 뉴턴 모두 배우가 가진 정형화된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그게 잘 어울린다.

=살인자가 거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밀리와 살인자 사이에 시각적으로 차이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빈스 본이 출연한 최근 영화에서 그는 강렬하고 두려운 모습을 보여줬고 그게 그를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내가 빈스 본을 원했던 이유는 그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많은 특징이 영화와 잘 맞았다. 캐서린 뉴턴도 사랑스럽고 친절한 소녀다움에 더해 집중력 있고 경쟁적인 모습이 엿보였다.

-장르영화가 이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오 마이 갓,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나의 모든 영화들은 내가 보고 자란 영화들에 바치는 일종의 러브레터다. 영화를 보면 존 카펜터 영화, 존 휴스 영화, <할로윈>, <13일의 금요일>, <나이트메어>, <헤더스> 등을 조금씩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의 경험과 생각이 영화에 녹아 있기를, 그게 보이기를 바란다.

-블룸하우스는 저예산으로 훌륭한 공포영화를 만드는 스튜디오로 유명하다. 블룸하우스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제이슨(블룸)과 여러 편의 영화를 함께 만들었다. 그는 감독들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적절한 예산 안에서 만들 수 있도록 도구를 제공하는 제작자다. 하지만 제이슨이 현재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능력 있는 프로듀서인 동시에 특정한 타입의 영화에 집중하고 위험을 감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제이슨처럼 할리우드 산업 안에서 성공하고 존경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블룸하우스는 흥미로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수억달러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말해주는 좋은 예다.

-하지만 한번쯤은 수억달러 제작비로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나.

=물론이다. 그런 상상은 늘 한다. 그리고 다음 영화는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작비가 커질수록,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작아진다. 제작비가 커지면 걱정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지켜보는 눈도 많아진다. 블룸하우스에서 영화를 만들 때, 감독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 뿐 나를 지켜보는 사람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현장엔 나를 도와주려는 프로듀서들만 있을 뿐이다.

-코로나19는 할리우드에 큰 영향을 미쳤다. <프리키 데스데이>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촬영은 2019년 12월 중순경에 마쳤다. 후반작업에 들어갔을 때 팬데믹이 시작됐다. 초반 몇달 동안 편집을 전혀 진행하지 못했고, 나중에는 원격으로 작업했다. 복잡하고 느린 과정이었다. 코로나19 영향 아래 영화를 만드는 일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비용 면에서 특히 저예산 영화들에 더욱더 그렇다. 이미 부족한 예산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는데 거기에 코로나19 프로토콜까지 더해지면 영화 만들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기획 단계부터 코로나19 상황이었다면 <프리키 데스데이>는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코로나19는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나의 차기작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상황에서도 할리우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19가 루머라도 되는 것처럼 마스크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미국 어딘가에 있는 것과 다르게 할리우드는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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