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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벌 두 신문 이야기' 김용진 감독 - “한국 언론은 본래의 역할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조현나 사진 최성열 2021-01-15

“이런 가정은 부질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와 같은 굵직한 사건을 언급하며 김용진 감독은 ‘그때 신문사가 정도를 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족벌 두 신문 이야기>는 전직 KBS 기자이자 <뉴스타파> 대표인 김용진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탐사보도 매체인 <뉴스타파>의 다큐멘터리영화답게, 적확한 증거를 찾을 때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김용진 감독은 “관객이 이 영화를 통해 한국 언론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언론 개혁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나는 숟가락만 얹었다”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도, 기자의 질문에 영화의 작은 요소까지 꼼꼼히 짚어주며 답한 김용진 감독과의 대화를 전한다.

-처음에 어떻게 영화를 기획하게 됐나.

=현재 한국 언론 생태계에 대한 고민이 계속 있었다. 마침 지난해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창간 100주년이었고, 이 두 신문이 자신들의 역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봤다. 누락된 내용들이 많더라. 그들이 공개하지 않은 내용에는 언론으로서 해선 안될 행동들이 다수 포함된다. 그 행위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별도로 기록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는 2019년 하반기에 구상했고, 실제 진행한 건 지난해 초부터다. 기획부터 개봉까지 약 1년이 걸린 셈이다.

-해당 내용을 기록하는 매체로 영화를 택한 이유는.

=사실 기존의 시사 프로그램에선 다 담아내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 그런데 영화는 시사 프로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표현이 자유롭지 않나. 또 영화를 통해 기존 시사 프로그램과는 다른 수용자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감독으로서 첫 연출작이다. 작업 과정이 어땠는지 소회를 묻고 싶다.

=우선 우리의 영화 제작 과정은 일반 영화 제작사의 작업 과정과 다를 수밖에 없다. <뉴스타파>는 탐사보도 전문매체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 동안 취재를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축적된 자료들이 많았다. 그 자료들을 영화에 녹여내기 위해 많은 취재기자들이 제작에 참여했다. 구성안과 각본, 후반작업 등의 정리 작업을 내가 했을 뿐이다. 나는 숟가락만 얹었다고 봐도 된다. (웃음)

-한자를 일일이 독해해주고 내레이션의 설명도 굉장히 친절하던데, 젊은 층을 주 타깃으로 설정했나.

=구체적으로 특정하진 않았다. 다만 이러한 언론 역사나 한국 경제사에 익숙지 않은 분들도 편히 볼 수 있도록 세세하게 설명을 붙였다. 오래된 신문 기사들을 많이 활용하다보니 의미 전달이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최대한 정확히 전달하되, 젊은 세대도 직관적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들을 선택했다. ‘선빵을 날렸다’라든지. (웃음) 또 젊은 세대는 한자에 덜 익숙하다는 후배 기자들의 의견을 수용해 가급적 한자는 자막을 넣어주려 했다.

-<족벌 두 신문 이야기>라는 제목은 어떻게 정하게 됐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대를 이어 세습하지 않나. 일종의 가문 사업으로 전개되어온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두 신문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단어가 족벌이라고 생각했다. 또 ‘족벌’이라고만 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바로 떠오르지 않으니 ‘두 신문 이야기’라는 부제를 붙였다.

-자료를 찾는 과정도 여러모로 쉽지 않았을 것 같다. 1930년대에 발간된 <조선일보> <동아일보>나 1988년 국회 언론청문회 영상은 어떻게 찾게 됐나.

=먼저 청문회 영상의 경우, 당시 기록된 국회 회의록을 확인해봤더니 예상보다 강도 높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래서 해당 부분의 비디오를 수소문하다 KBS를 통해 어렵게 찾았다. 친일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방우영 <조선일보> 사장의 표정과 눈빛이 너무 리얼해서 주연배우라 칭해도 손색이 없었다. 또 당시 카메라맨이 존경스러울 정도로 편집을 잘했더라. 먼 훗날 영화로 만들어주길 기대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웃음) 1930년대 신문의 경우 두 신문사의 디지털 아카이브 덕을 많이 봤다. 학계의 연구 결과도 참고하고 또 자료 수집 과정에서 여러 전문가들의 자문 그룹을 구성해 도움을 받았다. 영화에선 이미지를 중점적으로 보여줬지만, 신문의 텍스트 분석도 세세하게 진행된 상태다. 몇년도에 어떤 존칭을 어떤 면에서 사용했는지 등. 해당 자료들은 전문 연구자 그룹과 연계해 책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독재에 굴복하지 않은 기자들과 전두환 전 대통령 찬양 기사를 쓴 기자들의 상황이 완전히 상반되더라.

=맞다. 의도적으로 대비를 보여준 장면들이 몇 군데 있다. 대표적인 게 영화의 초반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언론 개혁을 전면 주장한 반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쿠데타를 정당화하기 위해 언론을 적극 활용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지는 좌절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영상에도 나왔다시피 여전히 건재하다.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기사를 쓴 기자들은 다 한자리씩 했다. 반면 당시 언론 자유를 외친 기자들은 해직됐다. 두 대통령과 기자들의 상황을 대비해 몇십년째 비정상으로 흘러가는 한국의 언론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조사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부분도 있나.

=주로 사내 내부거래들이 해당된다. 가령 방정오 TV조선 대표 이사는 ‘하이그라운드’라는 별도의 외주 제작사를 만들었으며 해당 회사의 최대 주주다. TV조선이 하이그라운드에 외주를 맡기면 결국 방정오 이사의 주머니로 돈이 들어간다. 회사를 자신의 돈벌이로 악용하고 있는 거다. 당시 외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다.

-두 신문사의 100년 역사를 3시간 안에 담아내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편집된 부분들은 후에 따로 다시 다룰 예정인가.

=<뉴스타파> 홈페이지에 ‘영화 <족벌> 플러스’라는 제목으로 아깝게 편집된 장면들, 영화와 함께 보면 좋을 장면들을 모아서 시리즈로 올릴 생각이다. <족벌 두 신문 이야기>가 공개된 후 후속작을 제작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두 신문을 추가적으로 다루기보다는 한국 언론의 신뢰가 추락한 배경에는 어떤 문제가 자리했는지, 언론과 민주주의의 상관관계를 다뤄보면 어떨까 한다. 여러 각도로 고민 중이다. 일단 <족벌 두 신문 이야기>가 얼마나 흥행하는지부터 봐야겠다. (웃음)

-언론 불신과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대다. 현 상황에서 다큐멘터리 <족벌 두 신문 이야기>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지금 한국의 언론 상황에선 우리 사회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언론의 역할 중 하나는 최대한 진실에 가까운 보도를 하는 것인데, 한국 언론은 오히려 정반대로 가고 있다. 객관적인 입장이 아니라 특정 목적을 갖고 작성된 기사들이 많다. 사례가 너무 많아서 전부 열거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이런 기사는 우리 사회의 논란과 갈등을 가중시킬 뿐이다. 말하자면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영화의 소재일 뿐이다. <족벌 두 신문 이야기>를 통해 많은 분들이 현재 한국 언론 세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봐줬으면 한다. 더불어 현재 마주한 가장 중요한 과제가 언론 개혁이라는 걸 깨닫고 함께 방안을 찾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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