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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의 가정은 안녕하십니까?
2001-03-23

케이블 영화 - <아이스스톰>

The Ice Storm 1997년,

감독 이안

출연 케빈 클라인, 시고니 위버

hbo 3월18일(일) 밤 10시

“너 혹시 자위행위 하는 거 아니니? 그런 걸 샤워중에 하면 좋지 않다.” 오랜만에 아들을 만난 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의 교훈을

가르쳐주는 걸까. 그렇지도 않다. 별로 달리 할말이 없기 때문에 충고랍시고 이야기하는 게 더 진부하고 어색하다. 아들은 귀기울이지도 않는다.

이 가정엔 식구들은 있으되, 대화와 온화한 분위기라곤 찾아볼 수 없다. 벤과 엘레나는 부부 사이이긴 하지만 별다른 즐거움이 없는 상태.

벤은 이웃집의 제이니와 불륜에 빠져든다. 딸인 웬디 역시 어린 나이지만 성적인 관심이 많은 편으로 제이니의 아들 마이키와 가깝게 지내는

사이다. 제이니의 집에서 밀회를 나누던 벤은 우연히 같은 장소에서 웬디를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라 집으로 데리고 온다. 재미삼아 스와핑 파티에

참석한 벤 부부는 더욱 혼란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고 추수감사절을 맞이한 이 가족에겐 싸늘한 냉기만 느껴질 뿐이다. 이들 앞엔 불가피한 화해의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아이스스톰>은 1970년대 미국 중산층 가족을 들여다본 작품. 영화에서 벤 부부는 스와핑 등의 충격적인 과정을 통과하게 된다. <결혼피로연>과

<음식남녀>을 만든 바 있는 리안 감독은 이미 전작들에서 해체일로를 겪는 가족의 문제를 능란하게 연출한 경력이 있다. <아이스스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데 감독은 이 영화에서 내러티브보다는 차가운 듯 유려한 이미지에 집중해, 몇 가지 풍경만으로도 캐릭터의 심리적 공백 상태를

스크린에 노출하고 있다. 리안 감독은 주윤발, 양자경 주연의 <와호장룡>으로 최근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는 등 미국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