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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밤빛' 산 속에서 삶의 마지막을 살아가는 남자에게 아들이 찾아온다
조현나 2021-03-02

시한부 인생을 사는 희태(송재룡)는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홀로 산속에서 생활한다. 산속의 버섯을 채취해 판매하는 것이 업인 희태는, 매일 산을 오르내리는 것으로 하루를 채운다. 그러던 중 아내로부터 한통의 편지가 날아들고, 이후 한번도 본 적 없던 아들 민상(지대한)이 희태를 찾아온다. 전기도 없고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깊은 산골이지만 민상은 산골의 조용한 생활에 조금씩 적응한다. 희태의 일상에 민상이 섞여 들면서 적적하고 단조롭던 희태의 삶도 생기 있게 빛나기 시작한다.

영화 <밤빛>은 단편 <콘크리트> <랜드 위드아웃 피플> 등을 연출한 김무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인제의 자작나무 숲과 방태산, 태백의 함백산 등 영화 속 주요 공간을 담백하게 담아냈다. 산은 삶과 죽음의 중간 단계로 설정돼 죽음을 앞둔 희태의 위태로운 상황과 이어진다. 황폐한 겨울산과 생명력 넘치는 여름산의 모습을 부자의 관계와 엮어 대조적으로 표현해낸 점이 인상적이다. 그 사이를 헤치고 나아가는 희태와 뒤를 따르는 민상의 그림은, 강렬한 대사 없이도 주목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호흡이 길어 지루하고 투박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영화의 여백을 계속해서 살피고, 두 인물의 행보를 따라가고 질문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제4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초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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