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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질라 VS. 콩' 워너브러더스와 레전더리 픽처스가 공동 기획한 몬스터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최종 목적지
송경원 2021-03-30

고질라와 기도라의 대결로부터 3년 뒤, 짧은 평화를 깨고 고질라가 갑자기 에이펙스의 연구소를 습격한다. 타이탄들이 결국 서로를 찾아 싸운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일린 박사(리베카 홀)는 스컬 아일랜드를 떠나온 콩이 고질라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보호 중이다. 하지만 네이선(알렉산데르 스카르스고르드)이 찾아와 지구 내부 할로우 어스의 에너지원을 찾아야 고질라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구할 수 있다고 아일린을 설득한다. 그렇게 아일린은 콩과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한 아이 지아(케일리 호틀)와 함께 타이탄들의 고향인 할로우 어스의 입구를 찾아 남극으로 향한다. 한편 에이펙스의 회장 월터 시먼스(데미안 비치르)는 이들을 이용해 또 다른 음모를 꾸미고, 고질라를 믿는 소녀 매디슨(밀리 바비 브라운)이 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워너브러더스와 레전더리 픽처스가 공동 기획한 몬스터 시네마틱 유니버스(몬스터버스)의 최종 목적지. 이 한판 대결의 무대를 위해 여기까지 꾸역꾸역 빌드업해왔다. 지구공동설(지구의 속이 비어 있으며, 남극과 북극에 그 비어 있는 속으로 들어갈 입구가 있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지구의 진짜 왕인 알파 타이탄의 자리를 두고 최후의 하나가 남을 때까지 싸운다. 싸워야 한다, 는 명제를 먼저 세워두고 나머지는 최소한 말이 안되지만 않게 갖다 붙였다. 당연히 이야기는 허술하고 인물들은 공간이동을 거듭하며 논리는 무시한다. 무엇보다 고질라와 콩이 왜 싸워야 하는지 설득이 안된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정점의 대결 하나만 남고 나머지는 다 포기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애초에 그런 걸 염두에 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오직 거대 괴수의 액션을 어떻게 실감나게 재현할 것인지에 전부를 걸었다. 기본적으로 익숙한 괴수, 재난물이라기보다는 종합격투기(혹은 프로레슬링)를 특등석에서 관람하는 쪽에 가까운 감각이다. 인기 프랜차이즈 스타인 고질라와 콩이 각자의 기술과 장기를 퍼레이드처럼 펼쳐놓으며 승부한다. 당연히 인간은 조연 혹은 배경이며 괴수들의 다툼으로 인한 인명 피해나 비극 같은 건 돌아볼 새도 없다. 전작 <콩: 스컬 아일랜드>(2017)나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2019)가 그나마 현미경과 망원경을 부지런히 오가며 괴수와 인간 양쪽의 이야길 담으려는 시도를 했다면 이번 카메라의 초점은 온전히 콩과 고질라의 1 대 1, 혹은 2 대 1 매치에 맞춰져 있다.

자잘한 것들을 모두 도외시한 채 완성한 장면은 사이즈의 쾌감을 제대로 구현했다. 때로 어떤 결과물에서 크기는 그 자체로 정의다. 왜냐하면 이건 단순히 외형만 키우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크기를 키운다는 건 중력의 무게, 현실의 장벽, 이야기의 압박을 모두 짊어진다는 의미다. <고질라 VS. 콩>은 (일정 부분 실패하고 대부분을 포기했지만) 그 질량의 쾌감만큼은 제대로 구현한다. 표면적으로 제대로, 진심으로, 사정 봐주는 일 없이 다 때려 부순다. 주 무대가 되는 홍콩은 섬, 그리고 빌딩의 스카이라인이 빽빽한 도시라는 점 때문에 선택됐겠지만 홍콩이라는 도시가 무너져가는 모습를 볼 때 왠지 기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물론 아쉬움도 크다. 일단 이야기와 캐릭터의 디테일을 다 포기했다. 크기를 증명하기 위해 몸이 울릴 정도의 사운드를 100% 활용하는데, 괴수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까닭에(이건 장르 팬이라면 좋아할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인간 따윈 의미 없다. 그럴 시간에 고질라와 콩의 클로즈업을 한번 더 한다) 전반적으로 완급 조절이 없다보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몸이 지친다. 같은 이유로 이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 이 감상은 대형화면과 심장을 울리는 스피커 사운드 아래에서만 유효하다. 이걸 극장 개봉 없이 HBO Max에서만 공개했다면 거의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극장에서 만날 수 있어 다행이다. 한편 이 영화를 극장에서 만난다면 코로나19 이전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일 것이다. 이렇게 다 때려 부수는 식으로 힘과 스펙터클을 자랑하는 영화는 이제는 기획되기 어렵다. 여러 의미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불시착한,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시대착오적인 괴수 판타지의 종착지다.

CHECK POINT

몬스터 유니버스

워너브러더스와 레전더리 픽처스가 공동 기획한 몬스터 시네마틱 유니버스, 이른바 몬스터버스는 2014년 <고질라>를 리부트하며 막을 열었다. 괴수들의 세계를 하나로 통합시켰다. <고질라>의 인기 괴수들이 총출동했던 전작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와 달리 이번에는 최강자들의 결승전인 만큼 괴수가 많이 나오진 않는다. 대신 바다, 홍콩 등 무대를 다채롭게 바꿔 볼거리를 더했다.

타이탄들의 고향, 할로우 어스

몬스터 유니버스는 지구 내부에 또 다른 지구가 존재한다는 지구 공동설을 바탕으로 세계관을 짰다. 전작 <콩: 스컬 아일랜드>의 무대인 스컬 아일랜드도 할로우 어스로 통하는 관문 중 하나라는 설정이다. 지구의 중력과 반대되는 공간인 할로우 어스의 광대한 풍경은 또 하나의 장관이다.

고질라와 콩, 대결의 역사

1962년 도호 영화사에서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킹콩의 사용료를 RKO사에 합의하여 제작된 <킹콩 대 고질라>(1962)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이 성사됐다. <고질라> 시리즈 사상 첫 컬러판이자 사상 첫 와이드스크린 영화, 도호의 <고질라> 시리즈 최고의 흥행작인 이 영화 이후로 무려 59년 만에 성사된 재대결이다. 최후의 대결답게 또 하나의 히든 캐릭터 메카 고질라도 등장하니 끝까지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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