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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당신의 사월' 세월호 참사를 우리 모두의 개인적인 아픔으로 호명한 다큐멘터리
김소미 2021-03-30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기분이었어요, 제 집 앞으로요.” 2014년 어버이날,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경기도 화랑유원지에서 KBS, 그리고 청와대 앞까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1박2일의 고된 행군을 이어갔다. 뜨거운 물과 라면을 준비한 뒤 늦은 밤까지 유가족들을 기다리던 서촌의 커피 가게 사장 박철우씨는 그날을 이렇게 회상한다. 그에게 세월호 참사는 어둠 속에서 서서히 걸어오던 유가족들의 긴 행렬로 기억될 것이다. 다큐멘터리 <당신의 사월>은 진상 규명이 필요한 역사적 사건이자 유가족들의 거대한 슬픔으로 남아 있던 세월호 참사를 우리 모두의 개인적인 아픔으로 호명한다. “당사자와 목격자를 나누지 않는 위계 없는 슬픔”(주현숙 감독)의 시선이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안는다.

어떤 교사는 뉴스 속의 사고 현장과 눈앞의 학생들을 번갈아 보며 슬픔에 잠겼고, 교실에서 소식을 들었던 고3 수험생은 남달리 가까운 심리적 거리감을 갖고 피해자 학생들을 추모하게 되었으며, 해역에서 시신을 수습했던 진도 어민과 유가족 곁을 지켰던 인권 활동가는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영화는 자기 기억을 고백하는 인터뷰이들의 말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록 영상들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줄 세운다.

이처럼 세월호 참사와 얽힌 사연과 거리가 저마다 다른 사람들의 나열 속에서 <당신의 사월>은 선명한 연결과 희망을 본다. 그들은 모두 참사의 기억 속에서 슬퍼하고 있으며 동시에 건강하게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사회적 고통에 대한 민감한 감수성, 이미지의 윤리를 세심하게 고심한 흔적이 돋보이는 다큐멘터리로,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2020년 인디다큐페스티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두루 호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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