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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가리' 궁핍한 젊음의 초상을 해학으로 승화하여 차별점을 둔 작품
김태호 2021-03-30

언제부터인가 젊음에 짠내가 나기 시작했다. <노가리> 속 청춘들도 다르지 않다. 민국(박민국)과 친구들을 보고 있자면 안타깝고 애처롭다. 이들은 20대 영화인으로 저마다 감독과 배우를 꿈꾸며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유지한다. 민국은 독립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지 4년 만에 상업영화 입문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투자사가 갑작스레 투자를 철회하고, 민국과 친구들은 실의에 빠진다. 그때 의문의 개인 투자자가 민국에게 10억원 상당의 투자를 제안한다. 그의 요구사항은 해병대와 해녀가 등장하는 전쟁영화를 만드는 것. 거액에 혹한 민국은 본인과 친구들의 출세를 위해 시나리오를 집필하기 시작한다.

녹록지 않은 현실을 감내하며 꿈을 향해 정진하는 청년 서사는 흔히 자기 연민을 거쳐 겉치레 위로를 맴돌기 마련이다. 반면 <노가리>는 대책 없는 정신승리에 몰두하지 않고 궁핍한 젊음의 초상을 해학으로 승화하여 차별점을 둔다. 창작극과 모큐멘터리의 경계를 허무는 재치에 소극장 연극식 코미디가 더해져 관객의 웃음을 공략한다. 아기자기한 언어유희는 소소한 재미를 자아내지만 강렬한 웃음 한방과 무게 실린 메시지는 찾기 어렵다. 다양한 편집 기법과 이채로운 구성을 시도함에도 중심 이야기의 느슨함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만듦새에 아쉬움이 남지만 감독의 다음 유머가 은근히 기다려진다. 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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