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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계속된다] 배우 겸 감독 구교환 - 가장 설레는 건, 너를 기다리는 일
임수연 사진 백종헌 2021-04-08

1 내 생애 최초의 극장 경험. 또는 내가 영화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순간.

=아직 그냥 짝사랑 같아서 쑥스럽다. 10대 후반 아니면 20대 초반쯤? 대학에 가기 전이었던 것 같다. 영화를 보는데 어느 순간 크레딧이 보이고, 영화를 만드는 다양한 파트와 다양한 이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 영화는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이 돼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작업이구나! 그때부터 나도 저기 끼고 싶다는 마음에 짝사랑을 시작했다.

2 영화가 나를 구원한 순간은 언제인가.

=아직 구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는 아니지만, 고마웠던 순간이 있다. 스크린에서 멋진 배우들을 만나게 되면서 어느 순간 배우가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원래는 배우를 보고 영화를 보러 갔기 때문에 배우만 보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는 전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특정 감독님의 작품을 보고 난 후 그 감독님의 필모그래피를 전부 훑으면서 혼자만의 영화제를 진행하게 됐다. 음, ‘으뜸과버금’과 함께? (웃음)

3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명대사와 명장면.

=<첨밀밀>에서 장만옥여명과 핑퐁처럼 덕담을 주고받다가 “우리는 영원히 친구죠?”라고 묻는 신이 있다. 상대에 대한 마음을 숨기고 그런 말을 건네는 게 그렇게 애틋했다. <첨밀밀>을 정말 좋아한다. <로미오: 눈을 가진 죄>에서 소정의 이름도 <첨밀밀>의 등장인물에서 따온 거다.

4 언젠가 연기하고 싶은, 혹은 연출하고 싶은 궁극의 캐릭터와 영화가 있다면.

=주성치의 상대역을 꼭 해보고 싶다. 그렇게 주성치와 같은 프레임에 있고 싶다. 어떤 모습으로든 서로 연기를 주고받는다면 나에겐 더할 나위 없는, 궁극의 캐릭터가 아닐까. 주성치의 모든 영화를 좋아해서, 그와 나오고 싶은 특정 영화를 꼽기는 어렵다. 하나만 얘기하면 주성치의 다른 영화들이 질투할 것 같다.

5 영화에 하고 싶은 말, 영화에 듣고 싶은 말.

=영화야, 라고 하면 쑥스러우니까 ‘너’라고 부를게. (웃음) 요즘에 다양한 플랫폼이 생겼다고 해서 너한테 소홀해졌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것도 너고 저것도 너고 이것도 너야. 전화나 문자가 생기면서 사람들이 더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었던 것처럼 다양한 플랫폼에서 너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줬으면 해.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많은 플랫폼이 있지만 시간 약속을 하고 그 시간에 맞춰서 극장에서 너를 기다리는 일이 그중 가장 설렌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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