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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창작자와 지역영화에 주목할 것
조현나 사진 오계옥 2021-11-25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한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는 그해의 화제작과 기성·신인 감독의 신작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제다. 김동현 집행위원장은 “새로워진 삶 안에서 서로 등을 맞대고 함께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제47회 서독제의 슬로건을 ‘백투백’(Back to Back)으로 선정했다. 슬로건과 마찬가지로 올해는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관객상을 재개하고 CGK촬영상을 신설하며 오프라인 상영을 유지하는 등 관객과 창작자, 스탭 모두가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로서의 역할을 강화했다. 개막을 앞둔 김동현 집행위원장을 만나 올해 영화제의 변화와 준비 과정에 관해 물었다.

-개막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떤가.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방역에 주력하느라 스탭들이 고생이 많았는데 올해는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지침이 바뀌어 비교적 안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서독제가 한해의 마지막으로 치러지는 영화제다보니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는 책임이 크다.

-올해도 온라인 상영은 하지 않는다. 온오프라인 병행 상영을 고민하진 않았나.

=지난해에 어떤 형태의 영화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지 관객 대상으로 설문을 했는데 온오프라인 상영이 가장 높긴 하더라. 하지만 온라인 상영은 기술적인 노력이 필요해 지금 우리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관객과 배급사, 창작자의 요청에 따라 오프라인 상영을 결정했다. 대신 인터뷰나 관객과의 대화(GV) 같은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려 준비 중이다.

-올해 최종 공모 편수는 총 1550편이다. 지난해에도 최다 작품이 출품됐었는데 올해 그 기록을 경신했다.

=정부 정책과 지원에 관해 이야기할 때 창작자 수가 중요한 지표가 된다. 창작자들이 이렇게 많냐고 놀란다. 다양성 측면, 그리고 독립영화계에 지원을 늘리는 의미에서 창작자 수는 계속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단편은 늘고 장편은 줄었는데 이건 좀더 분석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여파도 있고, 독립영화 창작자들이 아직 적응이 필요한 단계로 보인다.

-감독들의 장편 데뷔작 비율, 그리고 데뷔작 중 여성 창작자의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영화제만의 성과는 아니지만, 여성 창작자들을 발굴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건 사실이다. 여기에 사회적 변화까지 합쳐지며 여성 창작자들의 비율이 늘었다. 앞으로도 이런 추이는 계속될 거라 예상한다. 정지혜 프로그래머가 기자회견에서 말했지만 올해는 모녀 관계를 굉장히 입체적으로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띈다.

-본선 장편경쟁 부문에 오른 <흐르다>처럼 기획개발지원 사업, 후반제작지원 사업의 성과도 영화제에서 드러나고 있다.

=굉장히 뿌듯하다. 올해 장편 출품작이 조금 줄어든 것은 아쉽지만 영화의 완성도는 훨씬 높아졌다. <흐르다> 외에도 <스프린터> <혜옥이> 등등 지원작을 포함해 서독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이 많다. 관객에게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관객 투표로 선정되는 관객상을 재개했고 CGK촬영상이 신설됐다. 스탭과 관객 모두가 참여하는 영화제라는 인상이 강해졌다.

=관객상은 투표를 수기로 진행하다보니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에 잠시 중단했었다. CGK촬영상은 감사하게도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에서 먼저 제안해주셨다. 원래 ‘열혈스태프상’이 기술상 역할을 담당했는데, 올해 CGK촬영상이 신설되어서 열혈스태프상은 이제 촬영 외 기술 부문에서 수상하게 될 것 같다. (웃음)

-지역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됐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서독제에선 이와 관련된 포럼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정말 좋은 변화다. 제작 규모가 작아서 처음에는 만들어지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생각했는데, 들여다보면 작품성이 좋은 작품이 많다. 특히 지역영화만의 영화적 미학이 있다. 포럼에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역영화가 어떻게 제작되고 있는지 그 과정을 짚고, 지역영화가 어떻게 영화적 다양성을 성취할 수 있는 단초가 되는지 정지혜 프로그래머의 발제와 함께 살펴보려 한다.

-올해 독립영화 아카이브전은 1977년부터 97년까지의 단편·장편 독립영화 6편을 소개한다. 상영작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선정했나.

=독립영화 관련 서적을 꼼꼼히 보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을 텍스트상으로 먼저 발굴했다. 당시 대학가에서 많이 상영했는지, 해당 작품의 감독이 현재도 활동하는지 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단편의 경우 앞으로도 1970~80년대에 만들어진 초기 독립영화, 그리고 현업에서 작업을 이어가는 감독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소개할 것 같다. 장편의 경우 2000년대에 대기업 자본에 의해 만들어지면서 활성화됐는데, 그 당시 영화들의 서사 전개와 캐릭터 설정이 굉장히 센세이션하다. 그 영화들을 꾸준히 소개한다는 의미에서 올해 <세친구>와 <바리케이드>를 선정했다. 복원 과정의 물리적인 한계로 많은 영화를 소개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해나가려 한다.

-하마구치 류스케, 미야케 쇼, 이가라시 고헤이, 마리코 데쓰야의 작품을 상영하는 해외초청전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계속 주목해온 감독이고, 기획전을 열기에 지금이 적기라 여겼다. 하마구치 류스케뿐만 아니라 아시아권에 있는 동시대의 차세대 감독들, 하마구치 류스케의 뒤를 이을 감독들도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아 다른 세명의 감독을 선정했다. 아시아권 영화들과 영감을 나누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앞으로도 일본과 계속 교류해나갈 예정이고, 양국 감독이 만나는 자리도 만들어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추천작을 3편 이야기해준다면.

=먼저 여성 서사를 다루면서도 지역의 정서가 녹아 있는 김현정 감독의 <흐르다>를 추천하고 싶다. 올해 영화제의 특징 중 하나는 사진과 미술 등 타 분야에서 활동하던 분들의 작업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진훤 감독의 다큐멘터리 <멜팅 아이스크림>을 주목해주셨으면 좋겠고, 마지막으로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상영작인 김의석 감독의 <뫼비우스의 딸>을 언급하고 싶다. 여성 예술가인 주인공의 직업적 고민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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