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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콘텐츠의 독창성은 세종과 이어진다
배동미 사진 최성열 2021-11-29

뮤지컬 <세종, 1446> 제작한 한승원 HJ컬쳐 대표

어떻게 세종대왕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을 만들 생각을 했나.

여주시가 ‘세종 관광콘텐츠 개발’이란 이름으로 공모사업을 펼쳤다. HJ컬쳐는 PT 등 여러 과정을 거쳐 선발됐고, 여주시로부터 트라이아웃(본격적인 공연에 앞서 작품을 무대에 올려 완성도를 실험하고 다듬는 과정. 작품 개발 과정의 마지막 단계다.-편집자) 규모로 예산을 지원받아 작품을 개발했다. 세종대왕의 드라마 자체가 워낙 극적이어서 뮤지컬의 좋은 소재였다. 한글을 창제했고 천재였다는 점뿐 아니라 아버지인 태종으로부터 왕권을 이어받는 과정도 드라마틱하다. 뮤지컬 한편에 세종의 일생을 다 녹여내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세종, 1446>을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 올렸다.

<세종, 1446>이 해외에서도 통할 작품인지 한번 실험해보고 검증을 받고 싶었다. 영국 워크숍 당시 영국 배우들을 기용하고 영국 연출가들과 협업해서 무대에 올렸는데 현지인들도 흥미로워했다. 유럽인에게 ‘왕을 위한 백성’ 구도는 익숙하지만, ‘백성을 위한 왕’에 대한 이야기는 흔치 않다고 하더라. 영국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자신감을 얻었다. 유엔에서 수여하는 문맹퇴치상의 이름이 세종대왕상인데, <세종, 1446>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공연하길 꿈꾸고 있다. (웃음)

<세종 1446>은 민관이 힘을 합쳐 만든 작품인데 제작 과정은 어땠나.

여주시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문화계의 대전제를 반드시 지켰다. 이항진 여주시장님도 공무원들에게 “공무원은 보조하는 역할이지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할 정도였다. 자세히 말하자면, 여주세종문화재단이 출범하면서 여주시가 하던 역할이 재단으로 이관되었다. 여주시에서 켠셉을 세웠고, 여주세종문화재단 실무자들이 뮤지컬 제작을 지속하고 이끌어나갔다. 지역에서 문화 콘텐츠를 하나 창조해내는 건 그 지역 특산품을 하나 더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쉽지 않은 일이다.

HJ컬쳐는 <빈센트 반 고흐> <살리에르: 파리의 속삭임> <파리넬리>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등 인물 중심의 뮤지컬을 제작해왔다. 세종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을 제작하면서 어디에 주안점을 두었나.

세종은 왜 한글을 만들었을까, 이 점이 제일 궁금했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말년에 시력이 나빠진 세종이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한글을 창제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걸 알게 됐다. 아끼는 신하들이 한글을 반대하고, 조선이 글자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명나라가 진노할 일인데도 불구하고 세종은 고집을 꺾지 않고 한글을 완성시킨다. 그는 28개의 글자에 국운을 걸었던 것인데, 그가 그렇게까지 한글 창제에 몰두한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그에 대한 답은 훈민정음에 나와 있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세”로 시작하는 훈민정음을 보면,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세종은 쓰고 있다. 그는 그런 백성을 불쌍하게 생각하여 28개의 글자를 만들었다고 했다. 한국 배우들이 우리말로 대사를 하는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최근 몇년 사이에 한국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급부상했다. 한국 콘텐츠가 왜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지, 그 독창성은 어디에서 왔는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우리의 독자적 언어를 만든, 세종과 만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