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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파동, 현재진행형
2001-03-26

제협, 명계남 대표 탈퇴 등 영상원장 임용반대 성명 곤욕

한국영화제작가협회(회장 유인택·이하 제협)가 심광현 신임 영상원장 임용을 반대하는 성명서 때문에 회원사인 이스트필름의 명계남 대표가 제협 탈퇴를 선언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동국대, 서울예대 등 사립대학 영화과 교수들이 “미술평론가 출신인 심광현씨는 영상원 신임 원장으로 적절치 않다”는 내용으로 발표한 성명서에 이름을 빌려준 것이 발단이 됐다. 한국영화학회, 한국영화학교수협의회 등 영화학계가 주도하고 한국영화인협회(이하 영협)와 제협이 연서한 3월6일자 성명서는 “영상원을 비롯 현재 영화계 주요 단체의 장들이 낙하산 식”이라는 주장까지 덧붙였다(본지 293호 국내리포트 참조).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니만큼 제협에 대한 영화인들의 비판도 거셌다. 이창동 감독, 명계남 대표 등은 각종 보도와 기고를 통해 “그가 수년 동안 영화계 현안에 대해 발벗고 나섰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라며 반박했다. 이에 유인택 제협 회장은 3월9일 협회 소식지를 통해 수습에 나섰다. 유 회장은 이 소식지에서 “성명서에 실명으로 거론된 분들(심광현 원장, 유길촌 영진위 위원장)에게 본의 아니게 누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며 “성명서 내용의 해석에 따라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인정, 성명서와 제협의 견해가 전적으로 일치하지는 않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유 회장은 또 “특정 개인에 대한 문제제기의 의도는 없었으며, 영화관련 기관장에 대한 인사가 과거부터 영화계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지적에 동의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대신 회원사 전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한 것만큼은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성명서 참여의 구체적 과정을 묻는 질문에 유 회장은 “이미 일단락된 문제다. 하지만 성명서 전체를 보지 못한 채 일을 진행한 것은 불찰이다”라고 말했다. 강한섭 교수 등은 3월 초 첫 번째 성명서 발표 때에도 제협에 제안했으나 제협쪽은 이 사안이 본질적으로 99년 영상원의 국립대 전환 시도로 인한 사립대학과의 갈등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판단 아래 고사해 오다, 지난 3월6일 2차 성명서 발표시에 19개 회원사의 동의를 구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명서로 인한 제협 내부의 골은 일단 봉합됐다는 게 현재 영화인들의 판단. 하지만 명계남 대표가 협회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상처의 흔적은 크게 남게 됐다. 명 대표는 13일 협회 소속 제작사들에 돌린 글에서 “제작자들의 이익집단이라는 눈총을 받으면서도 그동안 제협은 영화계의 개혁을 위해 노력해 왔고, 그 이름은 중요한 상징성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 성명서는 그동안 함께 일했던 현장 동료를 매도하는 비도덕적인 작태”라고 지적했다. 정지영 감독은 이번 일을 두고 “의도적인 일이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영화학과 교수들이 이 문제를 영화계 안으로 끌고 들어오려는 시도에 제협이 휘말린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사안에 있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있지만, 심광현 교수가 영화인이 아니라는 주장은 명백한 판단이 가능한 사안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제협에 대해 쏟아지는 비판은 일종의 ‘배신감’에서 기인한 바 크다. 94년 제협은 영협으로부터 쫓겨난 스크린쿼터감시단을 유지하기 위해 10개 회원사를 모태로 결성된 단체다. 그런 태생과 달리 이번에는 영협과 함께 스크린쿼터 활동을 비롯해 영화정책 입안 등을 위해서 힘썼던 이를 배척하는 태도를 보인 셈이다. 이번 일을 두고 제협 소속 한 영화인은 “소모적인 적자논쟁”이라고 표현했다. “아직은 영화인들이 하나로 뭉쳐야 할 때”라는 것. 어쨌든 성명서를 둘러싼 갈등이 “신중하지 못한 처사로 인해 벌어진 오해”때문이라면 향후 제협 집행부의 적극적 해명과 노력이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다.

이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