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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덤벼라
2001-03-27

해외리포트/작은톱과 단신

타이영화계, <낭낙> <방라잔> 등 오락영화들로 흥행 호조

타이영화계가 오랜 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960∼70년대 매년 100여편의 소규모 영화들이 만들어지며 황금기를 누리던 타이영화계는 80년대를 지나면서 점차 할리우드영화에 관객을 빼앗겨왔다. 할리우드의 위세에 눌려 매우 적은 규모의 영화만을 제작하며 근근이 유지되던 타이영화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로 아예 고사당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같은 위기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킨 작품은 1999년 발표된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의 <낭낙>. 로맨틱한 유령이야기인 이 작품은 타이 안에서 1억5천만바트(34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역대 흥행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낭낙>이 일으킨 돌풍은 지난해 말 개봉한 <방라잔>으로 이어지고 있다. 1765년 미얀마와 전쟁을 치르던 당시 조그마한 마을 방라잔 주민들의 활약상을 다룬 이 작품은 개봉 두달 만에 1억3500만바트를 벌어들였고 현재까지 상영되고 있어 새로운 신기록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타이영화의 성가는 국제무대에서도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용유스 통콘턴 감독의 <철의 여인들>은 지난해 토론토영화제에서 디스커버리상을 수상한 데 이어 이번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부문에 초정돼 <지게스조일레> 독자상과 테디상 특별언급을 받았고, 지난 11일 막을 내린 시드니 마디그라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성전환 여성 배구선수들의 실화를 영화로 옮긴 이 작품은 한국을 포함, 10여개국에 판매돼 수출성적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또 위시트 사르트사나티엥 감독의 <파 탈라이 존>은 지난해 밴쿠버영화제에서 용호상을 받은 데 이어 타이영화로는 처음으로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다.

하지만 타이의 일부 평론가들은 최근의 타이영화들이 오락성에만 치중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페름폴 체야룬, 처드 송스리 등이 만들던 사회성 짙은 작품을 만나기 힘들어졌다는 것. <문 헌터>의 감독 반디트 리티콜도 “타이영화를 이란영화와 비교할 순 없다. 우리는 아카데믹한 영화보다는 오락적인 영화를 만든다”고 말한다. 할리우드 입맛에 길들여진 관객에 소구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쓸쓸한 얘기다.

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