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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2001-04-10

할리우드 10대 영화, 마케팅 규제 등으로 주춤

스타 한명 몸값보다 작은 제작비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알찬 수익성, MTV와 하이틴 잡지를 통한 손쉬운 홍보, 80년대 베이비 붐 세대 7천만명은 물론 20대 중반까지 아우르는 두터운 잠재 관객. <스크림>(1996) 이후 할리우드의 금싸라기 틈새시장으로 자리잡았던 10대 영화가 올 들어 박스오피스에서 갑작스런 푸대접을 받고 있다.

<버라이어티> 최근호에 따르면 2001년 들어 10대 영화에 닥친 불황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2월2일 개봉한 워너의 스릴러 <발렌타인>(Valentine)이 총수입 2천만달러를 턱걸이로 넘었고, 3월9일 개봉한 미라맥스의 로맨스물 <겟 오버 잇>은 410만달러, 3월23일 개봉한 헤더 그레이엄 주연 코미디 <그게 아니라고 말해줘>(Say It Isn’t So)는 290만달러의 실망스런 오프닝 성적을 냈다. 뉴라인의 10대 코미디 <슈가 앤 스파이스>도 개봉일이 수퍼볼 기간 중이었음을 감안하더라도 기대 이하인 600만달러의 개봉 주말 수익을 기록했다. 지난 3월29일에는, 전 디즈니 사장 조 로스가 독립해 세운 레볼루션 스튜디오가 창립작품으로 개봉한 10대 영화 <톰캣츠>(Tomcats)의 개봉 주말 수입이 640만달러에 그쳐, 대대적 옥외 광고를 포함한 야심만만한 그간의 마케팅을 무색하게 했다. 1999년 초 2주차로 개봉한 <그들만의 계절>과 <쉬즈 올 댓>이 개봉 이틀간 나란히 1천600만달러 이상의 입장 수입을 거둬들이고, 불과 1년 전 <스크림 3>가 북미 지역에서 8천900만달러 이상의 총 수익을 올린 사실을 상기하면, 격세지감이 드는 저조한 성적이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이처럼 급격한 추락의 1차 원인을 마케팅 여건의 변화에서 찾고 있다. 지난해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 상원의회가 할리우드에 강력히 요구한 R등급영화 광고규제가 10대 영화 마케팅에 치명상을 입힌 것. 워싱턴 청문회에 출석한 스튜디오들이 10대 시청자 대상의 방송 시간대에 R등급영화 광고를 내보내지 않기로 약속함에 따라, 통상 14살 이상의 잠재 관객에게 폭넓게 노출되던 10대 영화 광고는 큰 제약을 받고 있다. 최근 극장주들에 의해 강화된 부모를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자에 대한 입장통제도 10대 영화 부진을 거든 비공식적 원인.

하지만 올 들어 실패한 10대 영화의 대부분이 PG-13등급이라는 통계는, R등급 청춘영화 홍보의 핸디캡만이 10대 영화 불황의 유일한 원흉이 아님을 증명한다. 문제는 참신함과 재미가 떨어지는 영화내용에도 있다. 재치있는 마케팅과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평을 들은 MTV-파라마운트 합작의 로맨스물 <마지막 춤은 남겨두세요>(Save the Last Dance)가 올 들어 개봉한 청춘영화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성공을 거두며 8천800만달러의 미국 내 수입을 올린 것은 주목할 만한 예. 마케팅이 불리한 R등급을 피하느라 억지로 PG-13등급으로 내용을 수정, 순화하다보니 영화적 매력을 아예 잃는 영화도 많다. 미라맥스의 마케팅 부사장 데이비드 카미노는 “선택한 등급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젊은 관객에게 호소하는 테마를 찾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과제”라고 말해, 제작사들의 딜레마를 요약했다.

상반기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주기적인 장르의 경기변화에 익숙한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평균 제작비 2천500만달러 미만인 10대 영화 장르를 놓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로서 이들이 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갈래로 보인다. 마케팅이 자유로운 PG-13등급의 10대 영화를 만들거나, 표현이 자유로운 R등급영화를 만들어 유효적절한 마케팅을 펴거나.

김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