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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사랑의 전설 외 2편
2001-04-13

베로니카 사랑의 전설 , 기프트 , 내 마음의 비밀

베로니카 사랑의 전설 “세상에서 가장 박식한 이가 창녀란다.” 16세기말 베니스의 아리따운 처녀 베로니카(캐서린 매코맥)는 신분의 차이로 사랑하는 이와의 결혼이 좌절되자 어머니의 `놀라운' 권고를 받아들인다. 지성과 관능을 한몸에 갖춘 고급 매춘부가 돼 성과 속의 남성 권력을 자기 발 아래 두고는 부와 쾌락을 즐기기 시작한다. 그는 국가의 운명을 짊어진 로비스트로까지 활약하게 되지만, 흑사병에 휩싸인 도시의 재앙 속에서 마녀재판에 회부된다. 위선과 편견에 따라 부침하는 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묘사가 도발적이기는 하지만 캐릭터와 드라마가 안전한 도식의 유혹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사랑만 사랑해. 남자를 사랑하면 휘둘려”같은 연애론이 흥미롭다. 감독 마셜 헤르스코비츠.

기프트 발칙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공포물 시리즈 <이블데드>의 샘 레이미 감독, 여린 감성으로 다가오는 키아누 리브스 출연, 연기·시나리오·연출을 넘나드는 빌리 밥 손튼의 각본….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한 진용이건만 이야기와 연출은 재기발랄함과 거리가 멀고, 키아누 리브스는 향기없는 파렴치한에 그치고 말았다. 신비한 영적 능력을 가진 애니(케이트 블란쳇)는 불행에 빠진 이들에게 카드점을 쳐주며 격려하고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그의 능력은 단순한 상담자 구실을 넘어 마을에서 실종된 젊은 여자의 주검과, 살해용의자를 찾아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죽은 여자의 혼이 계속 그의 주변에 머문다.

내 마음의 비밀 소년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성장영화치고 성에 관한 호기심과 욕망에 대한 어떤 깨달음의 과정을 빠뜨리는 경우는 드물다. 얕은 개울의 징검다리조차 무서워 건너지 못하는 9살짜리 소년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 스페인 영화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어른의 시선으로 직접 보여주었더라면 당혹스러웠을 이야기를 아이의 눈을 빌어 충분히 수긍할 만한 것으로 은근슬쩍 만들어버리는 재주가 돋보인다. 하비는 도시의 이모집에 살다 부활절 휴가를 맞아 엄마와 할아버지, 삼촌이 사는 시골로 간다. 그곳에서 하비는 어른 세계의 비밀을 하나씩 목격한다. 아버지의 자살에 얽힌 비밀과 죽음에 관한 성찰, 어머니와 삼촌의 사랑,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모는 비극적인 가족관계…. 각본·감독 몽소 아르멘다리즈.

이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