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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 여성의 힘?
2001-04-23

<브리지트 존스의 일기>, 주연배우들 호연 등으로 흥행·비평 모두 성공

<브리지트 존스의 일기>, 주연배우들 호연 등으로 흥행·비평 모두 성공

앤디 맥도웰, 줄리아 로버츠에 이은 휴 그랜트의 세 번째 미국 여배우 파트너는 누구일까? 얼마 전 개봉한 <브리지트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에서 그 주인공을 찾을 수 있다. <너스 베티>에서 중부 출신 촌스런 가정주부 역할을 멋지게 해낸 르네 젤위거가 그 주인공이다. 캐스팅 전부터 원작자가 염두에 두었다는 르네 젤위거는 텍사스 출신의 강한 억양이 문제가 되어 영화사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으나 체중을 늘리고 영국 억양을 연습하는 열정을 보여 캐스팅되었다는 후문이다. 르네 젤위거는 완벽한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얼굴에 살이 많이 오른 브리지트 존스로 완벽하게 변신했고 현지 언론들도 르네 젤위거의 연기에 “어떤 영국 여배우도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찬사 일색이다.

헬렌 필딩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브리지트 존스의 일기>는 30대 초반 독신여성 브리지트 존스의 사실적이고 대담한 일기체 문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출판사에서 칼럼을 쓰는 브리지트 존스는 조금은 변덕스럽고 조금은 장난기 많은, 평범한 외모의 독신녀이다. 매번 사랑을 갈구하지만 실패하기만 하던 브리지트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유머러스하면서도 핸섬한 다니엘(휴 그랜트)과 사려깊고 신사적인 변호사 마크(콜린 퍼스)가 그 기회를 제공한 남자들. 이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브리지트에게 관심을 표현하고 브리지트는 한 남자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른다. 여기까지만 보면 영화는 독신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트콤 <앨리의 사랑만들기>나 <섹스 앤 시티>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브리지트 존스의 일기>는 여기서부터 이들 시트콤과는 다른 노선을 걷는다. 영화는 브리지트의 짝짓기에는 관심을 끄고, 결혼과 성윤리에 저당잡혀 선택을 강요당하는 30대 여성의 신경질적인 심리상태를 묘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당한다. 우스꽝스럽고 이상한 돌발사태들이 영화를 코믹하게 만들지만 웃음 속에 뼈가 숨어 있다.

처음으로 영국영화에 얼굴을 내민 르네 젤위거뿐만 아니라 날로 연기의 폭이 넓어지는 휴 그랜트, 그리고 콜린 퍼스와 짐 브로벤트로 이어지는 영국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도 <브리지트 존스의 일기>를 떠받치는 힘이고, 다큐멘터리로 시작하여 <브리지트 존스의 일기>로 데뷔한 여성감독 사라 맥과이어의 안정된 연출력도 한몫 거들고 있다. 최근 화제작에 목말라 있던 영국 언론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휴 그랜트가 출연했던 비슷한 유의 영화 <노팅힐>이나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과 비교하는 평이 나오기도 하는 등, <브리지트 존스의 일기>는 최근 영국영화 중 흥행이나 비평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영화로 꼽히고 있다.

런던=최인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