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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개막
2001-04-28

제2회 전주국제영화제가 27일 오후 7시 전주시 전북대 문화관에서 개막식을 열어 5월3일까지 장·단편 극영화와 다큐멘타리 180여편을 상영하는 8일간의 영화 장정을 시작했다.

이날 개막식엔 중국 감독 진첸, 일본 감독 미에다 겐지 등 해외 영화계 인사들과 임권택 감독, 배우 명계남씨, 명필름 이은 대표 등이 참석했다. 개막작인 <와이키키 브라더스>도 상연됐다.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와이키키 브라더스’

<세 친구>에 이은 임순례(40) 감독의 두번째 장편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27일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관객에게 첫 선을 보였다.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였던 <세 친구>(96) 이후 5년이 흐른 것처럼, <와이키키…>는 성장기의 희망이 빛 바래고 남루해진 어른들의 세계로 옮겨왔다.

영화의 주인공은 청소년 시절 음악을 좋아했던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져봤을 그룹 사운드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채, 남성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불경기로 밤업소들 사정이 나빠지면서 하나둘씩 밴드를 떠난다. 활동무대도 서울에서 지방으로, 나이트클럽에서 단란주점으로 추락해간다. 갈수록 꿈은 멀어지고, 볼품 없고 지리한 현실이 주인공을 에워싼다. 그 과정을 무척 사실감있게 보여주기 때문에 <와이키키…>에서 희망의 단서를 찾기란 힘들다. 그러나 지방 소도시의 문화, 그곳의 나이트클럽에 모이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누추하면서도 정겹다.

나훈아를 흉내내는 가수 너훈아, 식당일 하다가 나이트클럽 공연이 펑크났을 때 달려와 이영자를 흉내내는 땜질 전문 코미디언, 마음에 드는 여자손님이 들어오면 시선을 끄느라 난데없이 백보컬을 지르는 드러머, 춤 잘추고 바람난 목욕탕 때밀이 유부녀…. 가식과 과장이 없는 연출 속에서도 이런 한국식 `3류 문화'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묻어난다. <와이키키…>의 분위기는 우울한 저음으로 시작해 한번도 고음을 내지 않지만 낮은 음자리 안에서의 잔잔한 높낮이와 강약이 관객의 감정을 고양시킨다. 그 안에 삶의 애환과 행불행의 이미지가 다 담겨 있어 저음에 익숙해지면 바로 낄낄거리게 되고, 그러는 사이에 영화 속의 세상은 익숙한 곳으로 다가온다. 임 감독은 주인공의 불행을 `보편적 불행'으로 관객에게 전염시키지만, 세상을 보는 자신의 눈에 담긴 애정까지 함께 옮기기 때문에 춥지가 않다.

“사는 게 다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누추한 삶도 유쾌할 때가 있고, 성공했다고 보이는 삶도 누추할 때가 있을 거다. 주인공이나 그 주변사람들은 항상 손해보고 지혜로운 결정을 내리지 못하지만 그게 대다수가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봤다.” 이 영화를 구상하게 된 계기에 대해 임 감독은 “잃어버린 10대 때의 꿈, 그것과 현재 삶과의 간극을 그려보고 싶었다”면서 “밴드의 이야기를 택한 건 음악이 어렸을 때 가졌던 꿈의 순수함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회에 대한 직설적 공격이 <세 친구>보다 약해진 데 대해서는 “연고 중심주의로 똘똘뭉친 지방 소도시는 한국사회의 폐단과 비리의 집약이라고 생각돼 그걸 함께 담아보고 싶었지만 영화가 산만해질 것 같아 덜어냈다”고 설명했다.

제작사인 명필름은 <와이키키…>를 해외영화제에 몇차례 내보낸 뒤 가을에 일반극장에 걸 예정이다.

임범 기자 is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