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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고양이를 버리라고?
2001-05-07

국내리포트/통화중

마술피리(대표 오기민)가 지난 5월3일 ‘2000년도 제3차 극영화제작지원 사업 결과 발표’에 대한 반박문을 영진위에 보냈다. 영진위는 마술피리가 1차분 지원 대상작 <미소>를 승인없이 이스트필름과 공동제작키로 한 점을 문제삼아 <고양이를 부탁해>의 지원결정을 유보했지만, 알고보니 공동제작은 영진위와 협의를 거친 사안이었다.

이 반박문에 따르면, 마술피리는 당초 지원금(2억원)만으로는 <미소>를 완성할 수 없으니 공동제작자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영진위는 공동제작 계약서를 요구했다. 영진위는 <미소>의 ‘극영화제작지원 약정서’를 체결하는 자리에도 공동제작자 이스트필름의 동석을 요구했고, 마술피리와 이스트필름의 계약체결 자리에는 영진위 관계자가 입회하기까지 했다. 그런 영진위가 6개월 동안 아무 말도 없다가 약정위반을 이유로 <고양이를 부탁해>에 대한 지원을 유보한 것은 일종의 정치적 선택이란 혐의를 살 여지가 적지 않다. 실제로 영진위는 3차분 지원작 결정에 일부 영화인들이 반발, 사업 자체가 난항을 겪자 재심을 택했다. 그리고 “한 제작사에 두 작품씩 지원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선정 규정과는 무관하게 항의의 표적이 됐던 <고양이를 부탁해>의 지원을 유보했다.

해당 제작사로서는 영진위가 작품 자체의 가능성을 기준으로 삼는 정공법을 포기하고 고단수의 ‘정치적 해결’을 선택해 이 작품을 ‘희생양’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영진위는 이같은 반박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5월7일쯤 공식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미소>의 공동제작 자체를 승인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개월 이상 표류하며 산적한 문제를 미뤄둔 영진위쪽의 다급했던 사정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투자자에게 외면받는 창의적 작품을 발굴, 응원하는 역할을 포기한다면 지원 사업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고양이를 부탁해> 사건이 어느 한 제작사의 불이익에 관한 문제를 넘어서는 것도 바로 그런 점 때문이다.

이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