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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꿈에는 날개가 없다
2001-05-07

통신원리포트/뉴욕

코즈모닷컴의 몰락과정 그린 진원석 감독의 다큐멘터리 화제

말로만 듣던 ‘인터넷 벤처 신화’에 대한 한편의 보고서가 뉴욕에서 공개되어 화제를 일으켰다. <투 타이어드 투 다이>(1997)를 연출했던 진원석 감독의 디지털 다큐멘타리 이 그것. 주인공은 “피자, 비디오를 비롯, 뭐든지 한 시간 안에 배달해드립니다”라는 모토로 1999년 뉴욕에서 창업한 코즈모닷컴(Kozmo.com)이다. 신화의 스토리처럼, 창고에서 숙식하던 두명의 당찬 젊은이가 시작한 이 기업은 3300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보스턴, LA 등 미국 10여개 도시에 지점을 설립하면서 급성장해왔다. 뉴요커들에게 오렌지색 모자와 가방을 메고 자전거로 뉴욕 시내를 질주하던 코즈모 배달부의 이미지는 닷컴 열풍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의 증시폭락과 함께 코즈모의 신화도 지난 4월11일 막을 내렸다.

은 지난 26일 필름 소사이어티와 IFP(Independent Feature Project)가 공동주관한 ‘인디영화의 밤’에 초청 상영되었다. 코즈모의 폐업 발표가 난 지 불과 2주밖에 지나지 않은 탓에 상영은 당연히(?) 매진사례를 이루었다. 2년 전 촬영에 임할 당시만 해도, 감독은 패기로 뭉친 한 벤처기업의 성장과정을 찍는 것이 흥미있으리라 막연하게 생각했을 따름이었다. 경제사에 남을 모멘텀을 기록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영화의 초점은 재미교포 2세인 창업자 조셉 박. 학창 시절 문제아이던 그가 온라인 주문을 하다가 아이디어를 얻어 25살에 친구와 함께 창업을 한다. 그런데 이 인터넷 세대의 태도는 미국 주류사회의 청교도적 기업윤리나 그들의 아버지 같은 이민 1세대의 근면성으로부터는 한참 떨어져 있다. 목표는 이윤창출보다 자본을 끌어들여 기업 외형을 키우고 종국엔 주식상장(IPO)을 하자는 것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조셉이 코즈모 종업원들과 파티를 하는 와중에 피아노에 뛰어올라 “IPO”를 연호하는 장면. 그러나 증시폭락은 IPO를 꿈으로 돌리고, 그는 경영부진의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나고 만다. 은 이처럼 교포 2세대(그리고 X세대)의 혼란스럽고도 야심찬 아메리칸 드림에 천착한다. 영화가 비판적인 시각을 결여한 점은, 따라서 흠이라기보다 작품 자체의 존재조건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은 비유하자면 롤러코스터를 타고 롤러코스터의 시점으로 롤러코스터의 질주를 찍은 것이다. 짧지만 와일드한 그 단 한번의 질주. 관객마저 아찔할 정도다.

은 전주국제영화제와 시애틀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다. 진원석 감독은 “그처럼 극적인 사건을 담을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나는 그저 거기 있었다”고 말한다. 감독의 차기작은 이중적인 의미에서의 회귀라 할 만하다. 그는 극영화로 돌아가며, 그것도 한국에서 크랭크인을 할 계획이다. 내용을 묻자 감독은 부산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귀띔한다. 그러니까 주제는 여전히 이방인의 꿈일 듯하다.

뉴욕=옥혜령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