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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화 돌풍 `할리우드 독점 그만`
2001-05-15

21세기를 맞은 세계영화계의 가장 중요한 화두중의 하나는 역시 할리우드의 세계시장 지배구조를 어떻게 타파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불과 5년여 전만 해도 이러한 화두는 그저 현실속에서는 실현될 수 없는 이상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지난 5년여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지금 우리는 아직은 미세하지만 할리우드의 세계시장 지배구조에 균열이 생겨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눈부신 성장은 이미 세계영화계에서 인정하고 있는 바이며, 타이 영화도 세계의 문을 거세게 두드리고 있고 인도네시아 영화산업도 부활의 조짐을 보인다. 이란과 중국영화는 서구가 갖지 못했던 새로운 영화미학을 창조해냈고, 여타 지역의 영화에 전혀 관심이 없던 미국시장도 마침내 중국의 검술영화에 매료되기 시작하였다. 세계의 주요 배급사들은 또다른 무술영화를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고, 할리우드는 아시아의 재능있는 감독이나 연기자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인도영화의 인기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영국에 인도영화 전용관이 생겨났고 1999년 한해에만 세계에 수출된 인도영화가 412편에 달할 정도였다. 미국시장에서는 흥행수익 20위권내에 들기도 하며, 런던이나 토론토에 지사를 두는 인도의 영화사까지 생겨났다.

이런 지역의 공통점은 자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타이가 여러모로 우리와 상황이 가장 비슷한데, 2년전에 <낭낙>이 <타이타닉>을 깨고 역대 최고의 국내 흥행기록을 세운 데 이어 지난해에는 <철의 여인들>이, 그리고 올해에는 <방라잔>이 흥행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시장 개방 이후 거의 고사했던 아르헨티나 영화산업 역시 지난해에는 자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는 선전을 기록했다.

할리우드 이외의 영화가 다른 나라에 새롭게 시장을 개척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유럽은 이미 오래전부터 아시아나 남미영화에 대해 개방적이었지만, 몇몇 국가에 국한됐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란영화는 물론 중국이나 타이 영화까지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유럽의 배급사들은 아시아나 남미의 영화들을 단지 유럽에만 배급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로 배급하고 있다. 지난해 타이 영화 흥행 1위인 <철의 여인들>의 경우, 배급사인 포르티시모는 이 작품을 지난 한해동안에만 17개 국가에 팔았다. 일본시장에의 판매가격은 무려 50만달러에 달했다. 이런 현상들은 할리우드의 시장독점시대가 서서히 가고, 세계시장이 다극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남은 문제는 여전히 많다. 일부 작품들이 할리우드를 모방하여 성공한 예에서도 볼수 있듯이 독자적 영화미학의 확립이라는 면에서는 많은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재능있는 감독 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능력있는 젊은 제작자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시점인 것이다. 김지석/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