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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출품한 미 코언형제
2001-05-15

작가주의와 대중성을 동시에 지닌 미국 독립영화의 대가 코언 형제가 13일 칸영화제 경쟁에 오른 <거기에 없는 남자>를 선보이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코언 형제는 지난 91년 <바톤핑크>로 칸영화제 대상을 받은 이래 재기발랄하면서도 신랄한 풍자가 넘쳐나는 화제작을 끊임없이 만들어왔다. 전작 <오 형제여 어디로 가는가>에서 다소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지만 <…남자>에서 데뷔 초기의 누아르 장르로 돌아가 특유의 재능을 뿜어냈다.

40년대말 조그만 도시의 이발사로 일하는 에드(빌리 밥 손튼)가 무미건조한 삶에 질려있다가 아내(프랜시스 맥도먼드)의 불륜을 이용해 인생의 반전을 꾀하는 음모를 꾸미면서 일이 복잡하게 꼬여간다. 범죄와 욕망으로 얼룩진 누아르 장르의 재미에 일상의 복잡미묘한 풍경을 덧붙였다. 왜 흑백으로 찍었느냐는 질문에 “뭔가 있어 보이려고”라고 툭 내던져 웃음을 자아낸 조엘 코언은 늘 그렇듯 시큰둥한 표정으로 작품 배경을 설명했다. “소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를 쓴 제임스 M. 케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의 작품은 범죄를 다룬 하드보일드 소설이면서도 식당주인, 은행원 등 소시민의 삶의 이면을 잘 담아낸다.”

“자신을 작가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나에게 딱 맞는 말 아니냐”며 또 한번 웃음을 선사하고는 “나에게 영화는 오래 전부터 함께 일해온 배우, 기술진과의 협력의 결과이며, 이게 작가라고 여겨주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생 에단은 “실존의 불안감을 넣지 않았으면 다들 상업적이기만한 누아르 영화로 받아들이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하고는 “영화 자체를 너무 심각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누아르의 고전적인 스타 험프리 보가트를 떠올리게 한 빌리 밥 손튼은 “흑백으로 찍어 삶의 사실성을 얻을 수 있었다”며 “영화에서 끊임없이 담배를 피워대야 하는 바람에 촬영이 끝나고 자연스럽게 담배를 끊게 됐다”고 말했다. 코언 형제의 <파고>에서 아카데미 여자배우주연상을 받았던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가족(남편이 조엘 코언)과의 작업은 의외로 실용적”이라고 말했고, 조엘은 “이번에도 시나리오를 쓰면서부터 아내의 배역을 염두에 뒀다”고 밝혔다.

칸/글, 사진 이성욱 기자lewo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