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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찬가`로 칸영화제 찾은 장 뤽 고다르
2001-05-18

<네멋대로 해라>로 데뷔해 50년대말 프랑스 누벨바그(새로운 물결)를 이끌며 현대영화의 새 장을 열었던 장 뤽 고다르(71)가 16일 칸을 찾았다. 경쟁부문에 초청된 신작 <사랑의 찬가>의 상영장은 그를 기립박수로 맞이했고, 이어 열린 기자회견은 영화에 대한 진지한 토론장이 됐다. <사랑의 찬가>는 사랑을 소재로 삼았지만, 드라마라기보다 기억·예술·역사 등에 관한 철학적 수필에 가까웠다.

한 프랑스 기자가 “당신은 아직도 어린애 같다. 어른이 된거냐”고 애교있게 물었다. “나는 비교적 늦게 어른이 됐다. 30살 때 처음 영화를 진정으로 접해 실제 나이와 `영화 나이'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했고, 두 나이를 비슷하게 맞추는 데 30년 이상이 걸렸다.”

고다르에 대한 물음은 아무래도 회고쪽으로 쏠렸다. “50년대초 칸에 왔을 때와 비교해보면 영화제가 많이 변했다. 그때 한 프랑스 감독과 어떤 미국인이 필름을 어깨에 메고 영사실로 가는 걸 봤는데, 그가 배우 잭 니콜슨이었다. 지금은 그런 장면을 볼 수 없을 만큼 화려하게 변했다. 하지만 나는 누벨바그의 전통에서 나오는 힘으로 변해가는 영화제나 사회에 적응해 나갈 수 있다. 아직도 몇 ㎞씩 걸어서 보고 싶은 영화를 보러 다닌다.”

고다르는 영화의 환경은 배급만 달라졌을 뿐 내용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이란 감독 사미라 마흐말바프의 <사과>를 예로 들어 누벨바그의 힘은 세계 곳곳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누벨바그는 그가 평론가로 활약하던 영화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시작됐다.

“당시 감독의 지위를 작가로 끌어올리며 작가주의라는 표현을 만들어냈는데, 이는 저주받은 단어가 됐다. 르노 자동차를 만든 르노에게조차 창작자(크리에이터)라는 수식어를 쓰는 마당에 나에게 영화 창작자라는 말을 써서는 곤란하다.”

이어 인터넷을 쓰느냐고 물음에 그는 “인터넷도, 전자메일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며 “12개의 타자기를 집에 두고 쓰고 있는데 일하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칸/글 이성욱 기자lewook@hani.co.kr, 사진 손홍주 <씨네21> 기자lights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