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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만달러, OK!
2001-05-22

국내리포트/ 톱

<원더풀 데이즈> 국내 영화사상 최고액으로 일본에 팔려

국산 장편션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가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틀어 최고 수준인 250만달러로 일본에 팔렸다. <원더풀 데이즈>는 (주)삼성벤처투자가 제작비 전액을 지원하고, 애니메이션제작사 양철집이 제작하는 복합 디지털 애니메이션. 제작사 양철집은 지난 5월17일, 일본의 앳마크(At Mark)사와 개런티 250만달러에 초과수익이 발생하면 5:5로 나누는 조건으로 일본 내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일본의 씨네콰논과 아뮤즈에 미니멈 개런티 200만달러를 받고 판권 계약을 맺은 <공동경비구역 JSA>를 능가하는 기록. 미니멈 개런티 130만달러에 일본에 팔린 <쉬리>에 비하면 100만달러 이상 높은 액수다. 이로써 국내 영화와 애니메이션 가운데 해외 판권 계약에서 미니멈 개런티로 100만달러 이상을 받은 작품은 모두 3편으로 늘어났다.

<원더풀 데이즈>는 환경오염으로 맑은 하늘이 사라진 지 오래인 22세기, 인류의 마지막 생존 공간인 시실섬을 무대로 한 SF애니메이션. 인공지능에 의해 정화되는 인공도시 에코반과 버려진 야생의 공간 마르, 양쪽 젊은이들의 대립과 어긋난 사랑의 운명을 다룬다. 250여편의 CF로 경력을 쌓은 김문생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영화진흥공사의 판권담보 융자대상에 선정됐던 작품이다. <원더풀 데이즈>는 셀 캐릭터와 3D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소품, 모션컨트롤 카메라로 촬영한 미니어처와 매트 페인팅을 활용한 배경을 합성하는 독특한 제작 방식과, 99년에 선보인 첫 데모의 높은 완성도로 주목받아왔다. 제작사 양철집은 첫 데모를 바탕으로 꾸준히 해외 세일즈를 추진해왔다. 앳마크사와의 이번 계약은, 99년 대만의 CMC그룹과 미니멈 개런티 30만달러에 50%의 러닝 로열티를 조건으로 판권 계약을 맺은 데 이어 두 번째 성과다.

앳마크사는 지난 2월 자스닥에 상장된 프라임그룹의 자회사로,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업체다. 판권 계약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왔으나, 앳마크가 엔터테인먼트 사업 경험이 별로 없는 터라 계약에 신중을 기해왔다는 게 양철집 관계자의 말이다. 양철집은 올 칸국제영화제 마켓에 나가기 직전인 5월 첫째주, 일본을 방문해 앳마크사와의 계약을 마무리지었다. 해외 시사를 위해 영어로 더빙하고, 원일의 음악을 입힌 6분 분량의 2차 데모가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 주효했다는 후문. 이 데모는 올 칸 마켓에서 유럽지역 배급사들을 대상으로 열린 시사에서도 좋은 호응을 얻었다고. 이미 미국에서도 제한적인 데모 시사를 진행해왔다는 양철집은, 미국 메이저 배급사들의 요청으로 오는 6월에도 별도의 미국 시사를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원더풀 데이즈>의 선전은 침체된 국내 장편애니메이션 업계에도 고무적인 소식이다. 국내 장편애니메이션은 IMF 이후 화제작은커녕, 연간 제작편수 2편 안팎으로 극히 저조한 형편. 올해와 내년 사이 10여편의 장편애니메이션들이 완성을 바라보고 있어 제작편수는 늘었으나, 애니메이션 시장구조가 취약한 국내 개봉만으로는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는 실정이다. 관객층이 얇고, 시장 규모가 협소한 구조적 문제는 여전한 데 비해 애니메이션 제작비는 대폭 상승해 조건은 오히려 악화된 상태. <원더풀 데이즈>만 해도 순제작비만 약 60억∼70억원선, 디지털드림스튜디오의 <아크>나 투니파크의 <돈키호테> 등은 제작비가 100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경우 해외 판권 계약을 맺지 않으면 사실상 손익계산을 맞추는 게 불가능하며, 해외 자본과의 합작으로 해외 세일즈의 발판을 마련해두고 있다.

현재 미니어처 촬영을 마친 <원더풀 데이즈>는 셀 작업과 전체 합성 작업을 진행중이다. 올 연말에서 내년 초 완성을 바라보고 있으며, 국내 개봉 시기는 미국 배급을 타진한 뒤에 결정할 계획이다.

황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