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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딱 감고 한번만 더!”
2001-05-30

<미리 쓰는 방학일기> 촬영현장

애들이 장난하나? 기자가 촬영현장에 도착해 받은 첫 느낌이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애(?)들이 영화를 찍고 있었다. 게다가 촬영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비나 스탭들도 없다. 소형 디지털카메라를 든 감독과 영화 스틸기사, 배우 2명이 전부다.

“호준아, 성운아, 다시 한번 가자.”

“누나, 이 금붕어는 정말 징그러워서 못 만지겠어요.”

“뭐가 징그러워? 눈 딱 감고 한번만 더 찍자.”

고2짜리 감독과 초등학교 4학년짜리 배우 둘이서 아웅다웅하며 찍고 있는 영화는 디지털 영화전문 사이트인 씨네포엠(www.cine4m.com)에서

제작중인 디지털영화 <미리 쓰는 방학일기>(가제).

초등학생이 방학숙제로 써야 되는 일기를 방학 전에 미리 써놓고 방학 때 그 일기대로 행동한다는 내용이다. 감독은 지난 1998년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로 화제를 불러 일으킨 유소라(18)양. 그때의 중학생은 이제 현재 영파여고 2학년에 재학중이다. 이날 촬영장면은 두 주인공 호준이와 성원이 일기에 미리 쓴대로 금붕어를 해부하는 장면이다. 얼핏 보기엔 애들 장난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히 치밀하고 디테일하게 촬영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냥 스토리만 갖고 시작했는데 계속 찍다보니 학교교육의 어떤 모순 같은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많이 수정했어요.” <커밍아웃> <기억> 등 이미 네댓편의 영화를 만들어 ‘베테랑 감독’이 된 유소라 ‘감독’. 한참을 꼬마 배우들과 승강이를 하던 유 감독이 잠시 쉬자고 하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방을 나간다. 배우 캐스팅을 위해 모교인 성내초등학교에서 며칠간 수업도 함께 받았다는 감독은 “아이들이 힘들어할 때가 제일 미안하다”고.

이 영화는 <커밍아웃> <`다찌마와 Lee`> 등을 히트시켜 인터넷영화의 인식을 새롭게 각인시킨 씨네포엠에서 기획한 ‘디지털 제네레이션 프로젝트’의 첫 작품으로 현재 90% 정도 찍었다. 오는 7월쯤 씨네포엠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사진·글 정진환 기자

◀ 호준과 성운이 금붕어를 해부하고 있다. 징그럽다고 엄살을 떨던 아이들은 촬영이 시작되자

자못 진지해졌다.

◀ 유 감독이 촬영에 앞서 배우들에게 콘티를 설명하고 있다. 콘티 설명은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 아이들이 얼마나 촬영내용을 잘 이해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 혼자서 시나리오, 편집, 촬영을 하는 1인 제작시스템으로 영화를 만들어온 감독은 여건과 기회만 오면 마음맞는 친구들과 같이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