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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의 홍보작전
2001-06-04

1억4천만달러를 상회하는 단일 스튜디오 최대 제작비, 할리우드 평균치의 두배인 6천만달러에 달한다는 소문이 나도는 마케팅비용, 시사회 한번에 500만달러를 투자한 사상 최대의 호놀룰루 정켓, 그리고 이 모든 엄청난 숫자놀음 속에서 상승한 디즈니 스튜디오의 주가까지. 지난 5월25일부터 나흘간 계속된 미국 전몰장병기념일 연휴의 할리우드는 숨을 죽이고 긴 소문 끝에 극장가에 상륙한 <진주만>의 개봉 주말 흥행결과를 주목했다. 예닐곱편의 오락성 높은 영화들 사이에 끼어 드느니 한편의 골리앗과 맞붙는 것이 낫다는 할리우드의 속설에 따르자면, 용감하게 맞불을 놓는 영화가 있을 법도 했건만, 이번에는 그런 모험을 감행한 용감한 라이벌 스튜디오도 없었다. 문제는 성공이냐 실패냐가 아니라 얼마나 큰 성공이냐였던 셈이다.

나흘 연휴가 끝난 5월29일 최종 집계된 <진주만>의 흥행수익은 7520만달러(3일간 6천만달러). 전국 3214개 상영관에서 거둬들인 이 액수는 일단 히트한 전편의 후광을 업을 수 있는 속편이 아닌 영화로서는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으며 디즈니 스튜디오의 최고기록인 <토이 스토리2>의 기록도 깼다. 그러나 역대 오프닝 기록을 경신하거나 개봉 전에 몇몇 낙관적 분석가들이 기대한 8천만달러 이상의 수입에는 미치지 못했다. 역대 최고의 개봉 주말 흥행 기록을 보유한 영화는 1997년 3281개관에서 3일 동안 7200만달러, 나흘간 9020만달러를 번 <쥬라기 공원2>. 한편 <진주만>의 기록은 세 시간에 육박하는 매머드급 영화들 중에서는 단연 선두. 긴 상영시간 때문에 하루 3회밖에 틀지 못하는 핸디캡을, 약 6400벌(<버라이어티> 추정치)의 프린트를 뿌리는 융단폭격 전법으로 보완한 <진주만>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3060만달러, <타이타닉>의 2758만달러 오프닝 기록은 멀찌감치 따돌렸다.

한편 이미 개봉해 순항중이던 <슈렉>과 <미이라2>는 <진주만>에 밀려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한 계단씩 내려앉았으나, 연휴 동안 각각 약 5420만달러, 191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선전했다. <슈렉>을 제작한 드림웍스의 배급담당 짐 타프는 “스타일과 소구층이 달라 걱정할 것이 없다”는 여유를 부렸으며 <미이라2>를 배급하는 유니버설의 대변인 역시 “<진주만> 쇼크를 예견하고 개봉을 앞당겼다. 이미 개봉 4주째로 타격은 크지 않다”는 여유있는 입장을 밝혔다. <진주만> <슈렉> <미이라2>의 빅3가 이번 연휴에 거둔 총흥행수익은 약 1억5천만달러. 이로써 할리우드는 또 한번 역대 주말 박스오피스 기록을 새로 썼다. 이미 누적수입 1억7천만달러를 넘겨 2억달러 고지 선점이 확실시되는 <미이라2>를 선두로, <진주만>과 <슈렉>도 2억달러를 무난히 상회하는 미국 내 흥행기록을 세우리라는 것이 현지 박스오피스 분석자들의 관측이다. 2000년의 경우, 미국 내 흥행 2억달러를 넘어선 영화가 3편에 그쳤던 것을 상기하면 올 할리우드의 초여름은 희망적이다. 이제 남은 관심사는 항공모함급 마케팅 전략을 선택한 <진주만>이 얼마나 높은 파고를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가의 문제. 사이즈 제일주의 마케팅이 자충수가 될 수 있음은, 근 1년에 가까운 홍보가 기대치를 지나치게 높이는 바람에 용두사미식 흥행에 그친 1998년 <고질라>의 예가 입증한 바 있다. 한편, 비밀주의 마케팅으로 관객을 애태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워너브러더스의 와 <진주만>의 흥행 양상을 비교해보는 것도 올 여름의 또다른 구경거리가 될 듯싶다.

김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