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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영화, 이번엔 본토회복
2001-06-04

해외/ 작은 톱

이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내> 등 자국영화 흥행호조로 영화계 활기

이란영화에 봄이 올 것인가. 해외 유수영화제를 주요 창구로, 20세기 후반 예술영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온 이란영화가 이제 자국 내에서도 폭넓은 지지와 지원을 받으며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위크>는 최근 이란에서 열린 <달빛 아래서>(Under the Moonlight)의 시사회 풍경을 스케치하면서, 이란영화가 해외영화제뿐 아니라 자국 내에서도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 칸영화제에 초청 상영됐던 레자 미르카리미 감독의 <달빛 아래서>는 성직자들을 다룬 최초의 독립영화. <뉴스위크>는 시사회에 참석한 수십명의 이란 성직자들도 웃음과 박수로 호응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 영화는 성직자들 사이에서는 ‘신성을 모독했다’고,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너무 종교적’이라고 비난을 듣고 있지만, 이란 개봉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 현재 이란관객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도 역시 이란영화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내>(My Favorite Wife)로, 이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들은 관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런 히트작의 양산과 함께, 1983년 이란 박스오피스에서 10%에 불과하던 이란영화가 2000년에는 절대다수인 90%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급성장은 이란 대중의 기호가 달라졌다기 보다 이란 정부의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뉴스위크>가 일등공신으로 지목한 이는 모하메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 그는 문화부 장관에 취임한 83년부터 영화제작과 투자, 배급을 지원하는 단체를 만드는 등 꾸준히 영화산업을 육성해왔고, 대통령으로 취임한 97년 이후 영화검열 관련 규정을 크게 완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0년대에는 여자가 달리는 것도 검열에 걸렸지만, 이제는 누드와 섹스 정도가 금지대상. 하지만 아직 낙관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자파르 파나히의 <순환>을 비롯한 해외영화제 수상작들이 ‘뚜렷한 이유 없이’ 개봉 허락을 받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 정부의 영화 기자재 독점 수입과 열악한 극장 환경 등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란감독들은 이제 해외영화제뿐 아니라 자국 관객을 겨냥한 영화들을 치열하게 만들고 있고, 관객의 바람도 절실해진 만큼, 이란이 인도에 이은 자국영화의 왕국이 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