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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큼 사람같은 <파이널 환타지>
2001-06-18

<진주만> 제작비에 버금가는 1억5천만달러를 들여 100%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디지털 애니메이션 <파이널 환타지>(제작 스퀘어 픽쳐스, 배급 콜럼비아)의 17분짜리 편집본이 14일 국내에 공개됐다. <파이널 환타지>는 애초 롤플레잉게임으로 만들어져 전세계에 3천만개 이상 팔린 인기 게임으로, 3년전 `실제 인간에 가까운 사실적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목표로 제작에 들어갔다.

이날 공개된 필름은 그 목표치에 아주 가깝게 다가갔음을 보여줬다. 반짝반짝 빛나며 찰랑거리는 머리카락, 덥수룩한 수염과 미세한 상처 등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얼굴 피부는 살아있는 듯한 근육 움직임과 더불어 `사이버 배우 시대'의 개막을 예고했다. 3D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증명했던 <토이 스토리>가 인간을 캐릭터로 만드는 데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혁명에 가까운 진전이다. 이달말까지 사운드 작업이 마무리되면 모든 공정을 끝내고 국내에는 오는 7월28일 개봉될 예정이다.

“CG로 인간을 사실적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게 여겨져왔지만 지금의 기술 수준은 이를 뛰어넘었다. 처음이라 연구개발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갔다. 여기에 작업 흐름을 개선할 여지가 많다는 점을 계산하면, 제작비를 절반까지 낮출 수 있다. 곧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수석 디지털아티스트로서 <파이널 환타지> 제작에 참여하고 이번에 프로모션테이프를 들고 내한한 한국인 김종보(39)씨가 3D 애니메이션의 밝은 미래를 확신하는 데에는 이처럼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실사 영화는 촬영에 막대한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일단 찍으면 수정이 어렵다. 하지만 컴퓨터그래픽은 장면이나 연출을 바꾸는데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아주 용이하다. 발전할 수밖에 없다.”

<파이널 환타지>를 위해 175명의 인간이 창조됐고 이 가운데 미세한 얼굴 표정을 지닌 주연급 배우는 20명에 이른다. “뛰어난 전사 그레이는 밴 에플렉을, 헤인 장군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털이 많은 시드 박사는 숀 코너리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야기와 인물의 성격에 맞게 여러번 수정을 거쳤기 때문에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여자주인공 아키는 일본과 미국의 혼혈아로 동서양의 이미지를 혼합했다.”

감독은 게임 시리즈를 만든 일본 사카구치 히로노부가 직접 맡았다. 애니메이션은 판타지 요소가 강한 원작 게임과 달리 공상과학(SF) 영화의 성격이 짙고, 끝부분에 약간의 판타지가 들어갔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 89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예대와 도쿄 공대 등에서 디지털아트를 공부했다.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끊임없이 수정해가며 만들어봐야 한다. 관찰력이 중요하다.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중력이 없다면 물체가 어떻게 움직일까 하는 걸 잘 고려해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CG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던지는 조언이다.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