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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 무너지나
2001-06-19

해외리포트/톱

중국, 수입영화에 대한 배급권 다수 경쟁체제로 전환, 해외영화사들에 청신호

높고 단단하기만 하던 만리장성의 벽이 마침내 뚫리는 것인가. 강력한 규제의 틈새를 파고들며 중국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던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비롯한 해외영화사들 앞에 파란불이 켜졌다. 국영기업인 중국전영공사가 독점적으로 행사하던 수입영화 배급권이 복수 경쟁 방식으로 배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13일 상하이영화제에서 중국전영공사 양부팅 회장은 중국전영공사가 곧 수입영화의 배급독점권을 잃게 되며 수입영화의 배급을 놓고 공개 경쟁입찰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이같은 변화는 중국 영화배급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 지극히 필요하다”며 “공정하게 진행되는 경쟁을 통해 배급권은 오로지 합당한 업체에 주어질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할리우드를 포함한 해외영화업체들은 이번 조치를 매우 전향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최근 수익배분권을 가진 수입외화 작품 수를 기존의 10편에서 20편으로 늘리는 등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두고 점진적으로 시장을 개방하고 있는 중국의 추세로 미뤄볼 때 영화시장 개방의 폭은 점차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행사에 함께 참석했던 MPAA, 미국필름마켓연합, 20세기폭스 관계자를 비롯한 할리우드 관계자들도 이번 배급 자유화 방침에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보였다. 컬럼비아 트라이스타 인터내셔널의 부사장 토니 맨은 <데일리 버라이어티>를 통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이같은 움직임이 지속돼, 질적으로 좀더 다양하고 양적으로도 더 많은 작품이 중국에서 배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조치가 실행된다 하더라도 할리우드 업체들이 중국에 자회사를 만들어 직접 배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중국전영공사의 하청을 받아 특정지역 안에서 수입영화와 중국영화의 배급을 대행하던 베이징의 ‘포비든 시티’나 ‘상하이 파라다이스’ 같은 현존 지역 배급사들이 중국전영공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할리우드영화의 배급권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양 회장은 한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쟁입찰은 특정한 지침에 따라 진행될 것이며 허가를 받은 업체만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배급허가가 최대 6개 업체에 부여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 이들 배급사에 대한 부분적인 해외투자도 허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편 한 중국영화 관계자는 <데일리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전영공사가 두개로 나뉘어져, 수입부문은 현재 그대로 남겠지만 배급부문은 독립해 다른 업체와 경쟁체제에 돌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영화시장에 대해 너무 큰 기대를 갖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있다. 이날 양 회장은 영화의 수입만큼은 계속 국가 차원에서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며, 세부적인 개방일정에 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또 많은 해외영화사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외화 수입확대에 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상하이영화제에 참여했던 CJ엔터테인먼트의 최평호 상무는 “이날 양 회장이 영화산업에 관해 국가기간산업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미뤄볼 때 중국 내 배급시장의 대외 개방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홍콩을 포함해 1년에 40∼50편 정도만이 상영될 수 있으며, 전체 개봉영화 가운데 수입작품을 3분의 1로 제한하는 외화 수입규제 또한 그리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12억명이라는 잠재관객의 호주머니를 단단히 노리며 미국 정부 등에 지속적인 로비를 벌여온 할리우드의 입장에선 중국 정부의 ‘뒷걸음질’을 계속 밀어붙일 궁리에 여념이 없는 눈치다. 이들은 중국의 WTO 가입과 동시에 현재 20편으로 제한돼 있는 메이저 스튜디오 영화 수를 40편까지 확대하고, 중국쪽과의 수익배분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쩌면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WTO를 자신들의 ‘트로이의 목마’ 정도로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