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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여전사의 원맨쇼 `툼레이더`
2001-06-21

인기 게임 「툼레이더(무덤발굴자)」의 캐릭터인 라라 크로프트가 컴퓨터 모니터에서 튀어나와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겼다.

사이버 여전사 라라를 연기한 인물은 터프한 섹시 심벌 안젤리나 졸리. 그가 몸에 착 달라붙는 민소매 티셔츠와 핫팬티 차림으로 양 허벅지에 쌍권총을 차고 29일 여름 영화시장 정복에 나선다.

그를 돕는 집사와 컴퓨터 기술자가 있기는 하지만 액션 장면에서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

라라는 악의 무리와 철저하게 혼자 대결을 벌이지만 「에일리언」의 시고니 위버 같은 고독함은 엿보이지 않고 액션을 게임처럼 즐길 뿐이다.

「툼레이더」의 무대는 지구상 곳곳.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캄보디아 앙코르와 트를 거쳐 시베리아 설원까지 누빈다.

스테이지를 거듭할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 게임의 도식처럼 시간의 전개에 따라 새로운 공간이 펼쳐지면서 액션의 강도가 세진다.

라라는 고고학자였던 아버지 헨싱 리 크로프트(존 보이트 분)의 유품 가운데 시간의 문을 여는 열쇠가 담긴 낡은 시계를 발견한다.

이 열쇠를 이용해 두 조각난 삼각형 운석 결정체를 찾아낸 뒤 모든 행성이 일렬을 이루는 순간에 하나로 합치면 시간과 우주를 지배할 수 있다.

크로포드는 인류를 정복하려는 비밀조직 일루미나티(광명파)와 숨막히는 대결을벌이며 앙코르와트의 지하 무덤과 얼음호수의 동굴 속에서 삼각형 두 조각을 찾아내는데 성공해 인류를 위기에서 구해낸다.

라라가 평양교예단의 `탄력비행'을 연상시키듯 두 가닥의 줄에 몸을 맡긴 채 급강하와 급상승을 반복하며 침입자들을 물리치는 대목이 전형적인 컴퓨터 게임 방식의 스크린 이식이라면, 막 키스할 듯한 라라의 입술을 클로즈업시킨다든지 행성의움직임을 몽환적인 기법으로 꾸며낸 장면들은 `펩시콜라', `맥도널드', `버드와이저'등의 광고에서 보여준 사이먼 웨스트 감독의 CF식 영상문법을 대입한 것이다.

컴퓨터 게임 원작에 CF식 화면, 여기에 할리우드가 가장 강점으로 내세우는 컴퓨터 그래픽과 물량공세가 가세했으니 화면이야 관객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지만 줄거리에 짜임새가 없고 결정적인 순간에 실소가 터져나온다.

라라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지, 악의 집단은 어째서 시간을 지배하려고 하는지, 거대한 금불상이 갑자기 일어서서 저벅저벅 걸어나오는 까닭은 무엇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고 안젤리나 졸리를 제외한 조연들의 캐릭터는 소품에 그치고 있다.

「콘에어」에서 그런대로 촘촘한 스토리 텔링 솜씨를 보여주었던 사이먼 웨스트마저 안젤리나 졸리의 농염한 매력에 포로가 돼 총기를 잃어버렸 탓일까.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