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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관대하게, 좀더 엄격하게
2001-06-25

런던

영국 영화등급심의기관, 성적묘사와 동물학대에 차등된 기준 적용

영국의 영화등급심의기관인 BBFC(British Board of Film Classification)가 최근, 노골적인 성적묘사에 대해서는 좀더 관대하게, 동물학대에 대해서는 좀더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수상작 <인티머시>의 영국 개봉을 앞두고 BBFC는 기존의 터부를 깨고 발기된 성기와 오럴섹스장면 등 이전의 영국영화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노골적인 섹스장면에 대해 아무런 삭제 요구 없이 18세 등급을 부여했다. 한편 BBFC는 지난 6월 쿠바 시인 레이날도 아레나의 자전적 소설을 기초로 한 미국영화 <밤이 오기 전에>에 대해서는 감옥 수감자들이 새를 잡는 장면의 삭제를 요구하면서 15세 등급을 부여했었다.

BBFC는 포르노그라피 및 성적으로 노골적인 묘사에 관해서는 음란 출판물에 관한 법률을 기준으로 등급을 부여해왔다. 그런데 1959년 제정된 뒤 지금까지 한번도 개정된 바 없는 이 보수적인 법률이 그대로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BBFC가 <인티머시>에 대해 이번과 같은 관대한 태도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중반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검열에 반대하는 의견과, 성인 관객은 그들이 원한다면 노골적인 성적묘사가 담긴 영화를 볼 권리가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던 것. BBFC는 지난해 말, 이 여론조사 결과에 근거해서 <로망스> <백치들> <감각의 제국> 등 외국어영화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적용했던 성적묘사에 대한 기준을 주류 영어권 영화에도 적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고 밝혔었다. 한편 노골적인 성적묘사장면이 많은 프랑스영화 <베즈 무아>(Baise Moi)에 대해서는 영화 초반의 강간장면 10초만 삭제하는 것을 조건으로 18세 등급이 부여됐었다. 이 장면의 삭제는 성폭력에 대한 에로틱한 묘사는 어떤 등급 수준을 불문하고 삭제를 요구한다는 BBFC의 원칙에 따른 것.

반면 BBFC의 동물학대에 대한 입장은 강고하다. <밤이 오기 전에>에서 삭제가 요구된 장면은 감옥 지붕의 좁은 틈으로 새덫을 놓아 새가 도망가려고 미친 듯이 날개짓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줄을 당기는 장면. 이 영화의 감독 줄리앙 슈나벨은 이 장면이 카스트로 정권에서 부당하게 감옥에 갇힌 수감자들의 처절한 상황을 묘사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반면, BBFC는 그 상황에서 그 새는 분명히 심각하게 고통받고 있으며, 영화 촬영과정에서 새 조련사가 해명한 방식으로는 실제로 그런 장면을 촬영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 장면의 삭제를 요구했다. 한편 지난달 개봉한 <아모레스 페로스>는 잔인한 개싸움장면을 포함하고 있지만 영화 촬영과정에서 동물을 학대하지 않은 점이 확실시돼 삭제없이 18세 등급을 받았다.

런던= 이지연 통신원